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유엔 원자력 안전 고위급회의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원자력을 포기할 이유가 되어선 안된다"며 "한국은 원자력을 적극 활용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데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은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한다'고 밝히는 등 국제사회가 '탈원전·탈핵'의 흐름으로 가는 와중에 이명박 대통령은 '원전 확대'를 밝히고 나선 것.
"원자력 발전이 녹색성장? 일본을 봐라"
특히 이명박 정부가 원자력 발전을 '저탄소 녹색성장'의 하나로 추진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높았다.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은 얼마 전에도 유엔총회에서 4대강 사업을 '하천 복원'이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하천 훼손을 복원이라고 한 것처럼 원자력 발전을 '안전한' 녹색 성장이라고 할 수 있나. 거꾸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정욱 교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써야 하는데 원자력은 아니지 않느냐"먀 "자원도 안정되어 있고 폐기물 처분은 우리가 책임질 것이 아니다. 우리가 발전시켜야 할 것은 재생에너지인데, 누구나 아는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이 대통령만 모르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도 "기본적으로 원자력발전에서 이산화탄소가 아예 발생되지 않는 것도 아닌데다 환경을 단지 '이산화탄소'에만 국한해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가까운 나라가 국토를 못쓰게 된 것을 보면서도 '환경을 지킨다'는 류의 논리를 쓰는 것 자체가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양이원영 환경연합 기후에너지국장은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능에 오염된 벼에 대한 우려가 나오니까 그 문제를 조사하는 영역이 일본 국토의 절반"이라며 "국토 면적을 감안하면 후쿠시마 사고가 한국에서 발생하면 우리는 갈 곳도 없다"고 말했다.
양이원영 국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핵벌전소를 가지고 있는데 다음에 원전 사고가 난다면 한국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일본도 후쿠시마 사고가 날지 모르고 원자력 발전을 확대했던 것처럼, 사고가 난 다음에 후회하는 것은 이미 늦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가 나면 복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4대강 사업보다 더 나쁜 사업"이라고 말했다.
"핵발전 수출하고 싶어서? 원천 기술도 없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유엔 원자력안전 고위급 회의 자체가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을 잊지말아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흐름과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그중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적극적으로 핵발전을 이야기한다는 점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헌석 대표는 "이 대통령은 후쿠시마 사고 날도 아랍 에미리에이트에 핵발전소 기공식에 가있었던 것처럼, 그 이후에도 탈핵이나 탈원전 등의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며 "후쿠시마 사고 때문에 못했던 이야기를 소나기 피하듯 6개월 지나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전 정전 사태는 발전소가 부족해서 생긴 게 아니라 관리가 되지 않아 생긴 문제이고 특히 유동적인 전력량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핵발전소처럼 출력량을 조절할 수 없는 발전소를 지어서는 안된다"면서 "이번 연설은 사실상 '핵수출'의 기회를 넓히려는 핵 산업계의 이해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이원영 국장도 "국내에 너무 많은 핵발전소가 건설되다보니 해외에 눈을 돌려 수출하려는 것 같다"며 이같은 지적에 동의했다. 그는 "그러나 전세계 시민이 핵발전의 위험을 깨달아 안전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자기 지역의 핵 발전소를 늘이는 것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게다가 한국은 원천 기술도 없기 때문에 수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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