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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유난히 벨 많이 누르는 사람들 보면…"

식당여성노동자 실태…"손님은 왕인데 술 좀 따르면 어때서?"

"식당 가면 얼마나 벨을 울려대는지, 우리가 무슨 번호야? 유난히 벨 많이 누르는 사람들이나, 심하다 싶을 정도로 누르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말도 반토막이에요. '언제 갖다 줘!', '저 아줌마 벨 눌러도 쳐다도 안보네', '왜 안 갖다 줘?' 그럴 땐 진짜 딱 한 대 때려주고 싶을 때가 있어요" (진주시 한식당)

한국여성민우회가 전국의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 297명을 대상으로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들은 22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식당여성노동자 인권 실대 조사'를 발표하고 이어 서울시립미술관 앞에서 '인권친화적 노동환경 만들기' 홍보 퍼포먼스를 벌였다.

"평균 근무시간 10시간…가족들 얼굴 보기 어려워"

민우회의 조사에 따르면 식당 여성노동자들은 대부분 하루 근무시간이 평균 10시간 이상으로 절반 이상인 163명 가량이 평일에 하루 12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4인 규모가 작은 식당의 경우 80%가 중간에 쉬는 시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 시간이 너무 길고 일요일에 쉬지 못한다. 자식, 손주들 얼굴 한번 보려고 해도 일요일에 만날 수가 없어 속상하다. 식당 일은 대부분 오전 11시에 시작해서 밤 10시가 넘어야 끝이 났다. 식구들이 모이는 날에는 내가 일하는 식당에 일부러 와서 밥을 먹기도 했다. 그러나 늘 휴식이 부족해 몸과 마음이 힘들다." (고양 한식당 노동자)

"식사도 손님 없을 때 간단하게 배를 채워야 하고 손님이 오면 차가워진 밥으로 끼니를 때워야 한다. 이것도 주중에만 해당하고 손님이 붐비는 주말은 엉덩이 붙이고 식사하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 그래서 식당 여성노동자들의 다수가 만성 위장장애를 겪고 있다." (인천 한식당 노동자)


"우리는 관광지에 있는 식당이라 휴가철 성수기 때는 식당에서 쉬는 시간이 없다. 밥 먹을 시간도 따로 없어서 설거지 하는 동안 업주가 김밥을 입에 넣어준다." (강릉 한식당 노동자)
▲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들이 식당여성들의 노동 환경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채은하)

또 여성 노동자 중 33.2%는 정해진 근무시간을 넘어 일하는 경우가 주 1~2회에 달한다고 답했는데 이들 중 54.6%는 근무 시간을 넘어 일한 시간에 대해 추가로 돈을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정해진 시간보다 더 일하게 되는 원인은 △손님이 갑자기 와서(43.3%) △뒷정리를 해야해서(29.2%) △일손이 모자라서 (15.8%) 등으로 나타났다.

"일주일에 한 번만 쉬면 소원이 없겠다. 만약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면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겠다. 종일 일하는 게 너무 힘들다. 집, 식당 오가면서 집안일 할 시간이 없어 장롱 속에 빨래를 다 넣어놓는다. 일찍 나오고 늦게 들어가니가 집에서 밥을 차리고만 나온다." (서울 성산동 한식당)

"월 150만원 가량 받지만 최저 임금 이하"

식당 노동자들의 월 급여는 대부분 150만 원 안팎으로 책정되지만 시간당 임금 계산을 해보면 대부분 최저임금보다 적은 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인 이상 식당의 경우 하루 12시간을 근무했을 때 평균 시간당 3380원을 받고 있고, 5인 미만 식당 역시 하루 12시간 일했을 때 3827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 ''쉬는날이 늘어나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 여성민우회는 '밀린 잠을 자고 싶다'와 '병원 치료를 받고 싶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프레시안(채은하)
4대보험에 가입 여부를 묻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65%를 차지했다. 그러나 식당일을 하면서 관절염, 근육통이나 하지 정맥류 등의 병이 생긴 경우가 많았고 또 칼이나 절단기에 베이거나 화상을 입고 미끄러져 넘어지는 등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또 대부분 81%가 개인적인 이유로 휴가를 낼 수 있다고 답했지만 62.3%는 '휴가를 내면 월급이 깎인다'고 답했고 '대신 일할 사람이 없다', '임금이 줄어든다', '사장이 싫어한다'는 등의 이유로 휴가를 내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손님에게서 △무시하는 태도나 반말 △음식 재촉이나 잦은 벨 △음식 맛 타박 △서비스 불평 등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특히 홀에서 일할 경우 성적인 농담이나 불쾌한 신체접촉을 경험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손님들이 우리를 너무 밑으로 생각한단 말이야. 집에 가면 아이들의 엄마고, 할머니가 될 수도 있고, 열심히 사는 죄 밖에 없는데 사회에서 무시를 당한단 말이지. '야야' 그러고 '어이 X발' 그러고. 질서를 지켜달라고 하면 우리에게 돌아오는게 욕이야. 그 사람들은 돈 내고 먹는 거지만 욕할 이유는 없는거지."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예전 손님 중에 '술 좀 따라봐' 하는 거에요. '아니, 나를 기생으로 아나.' 근데 손님이 술 좀 따르라고 하는데 안하면 주인이 따로 불러요. '손님은 무조건 왕인데 술 좀 따라 줄 수 있는 거 아니냐? 저 사람이 얼마나 매상을 많이 올리는데' 이러면서 강요 아닌 강요를 한단 말이죠." (서울 동대문구 한식당)

"음식점에도 합리적 노사관계가 필요하다"

서울대 여성학 협동과정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김원정 씨는 "일하는 여성 8명 중 1명이 음식점에 종사하고 있다"면서 "평균 연령은 46.1세, 기혼 65.6%, 고졸 이하가 90.5%"라고 밝혔다.

그는 "경제 위기에 따라 자영업이 기형적으로 비대해지면서 음식점없이 비정상적으로 과잉 공급됐고 업소간 과다 경쟁과 가격 억제로 인건비 삭감, 식재료 질 저하등의 영향이 나타났다"며 "중장년 여성 노동력이 저임금으로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배경"이라고 밝혔다.

그는 △음식점 시장 규제 강화 △한국음식중앙회를 통한 표준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보급 등 노무 관리 체계화 △주휴일 확보 및 휴게시간 보장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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