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내달 26일로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돌풍'으로 들썩이고 있다. 특히 야권의 '표 분산'을 의식하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던 한나라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율이 1위까지 치고 올라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게다가 무소속 출마를 전제하며 기존 정당에 모두 거부감을 드러내던 안 교수가 5일 "현 집권세력이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은 반대한다"며 '반한나라당'을 분명히 하고 나서면서 안 교수에 대한 경계심이 더 커졌다.
5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 회의의 화두 역시 안 교수의 서울시장 보선 출마였다. 홍준표 대표는 "안철수 바람의 의미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경고라고 보여진다"며 "오늘 아침 각종 언론에 회자되는 안철수 바람을 보면서 기성 정치권에 대한 서울시민의 불만이 얼마나 큰지 새삼 절감했다"고 말했다.
안 교수의 출마설이 처음 알려진 지난 1일엔 "(안)철수가 나오면 영희도 나오겠네"라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다소 달라진 태도였다.
안 교수에게 '여론조사 1위' 자리를 빼앗긴 나경원 최고위원 역시 "안 원장에 대한 관심을 놓고 일각에선 '거품이 끼었다, 검증이 안됐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안 원장을 통한 정치 현상엔 부인할 수 없는 국민 정서가 담겨 있다"며 "바로 정치권 전체에 대한 뿌리 깊은 실망감"이라고 지적했다.
나 최고위원은 이어 "한나라당은 이제 안철수 현상을 구태를 벗어던지고 변화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안철수의 존재를 백신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안철수 바람'에 맞서 한나라당이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철수 바람이 분다고 할 때 우리 당은 정책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부터 복지와 노동 같은 서민과 밀접한 이슈에 대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야 모두의 '러브콜'을 받아왔던 안 교수는 사실상 한나라당으로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현 집권세력이 한국사회에서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에 반대한다"며 "내가 만일 어떤 길을 선택한다면 그 길의 가장 중요한 좌표는 이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이날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이들은 모두 한 배를 타야 할 동지"라며 범야권 통합을 강조한 것 역시 이런 안 교수의 입장을 '범야권'으로 흡수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