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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교양과 예능의 만남?…남은 건 '관음증'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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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교양과 예능의 만남?…남은 건 '관음증'뿐"

[TV콜라주] 기획취지는 실종…태생적 한계

일반인과 연예인의 차이는 무엇인가. '리얼 다큐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SBS <짝>에 출연하는 이들은 일반인이다. 12명의 남녀가 일주일 간 '애정촌'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모여 마음에 맞는 짝을 찾는다는 이 프로그램은 최근 인기 상종가를 치고 있다.

연예인은 TV에 '이미지'로 출연하고 일반인은 '현실'로서 출연한다. 이는 마치 SBS의 <짝>과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우결)>의 차이와도 흡사하다. <우결>의 출연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찍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사람과 열애 사실을 발표하거나 결혼을 해도 크게 비난받지 않는다. 이들은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이들이 TV에서 보여지는 것과 실생활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어렵지 않게 받아들인다.
▲ SBS <짝>의 촬영지인 '애정촌'의 간판. ⓒSBS

<짝>에서는 다르다. 이 프로그램에 일반인을 출연시키는 까닭은 '지금 TV에 나오는 이들의 모습은 진짜다. 리얼이다'라는 프로그램의 의도를 십분 살리기 위한 것이다. 제작진은 '개입하거나 연출하지 않는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프로그램 구성도 '여자 1호, 남자 2호'와 같은 숫자로 부르고 일반 다큐멘터리에서처럼 담담하고 낮은 목소리의 성우가 내레이션을 맡아 이야기한다.

그러나 과연 아무도 개입하지 않는가. 방송이 만들어지면 이들에게 '이미지'와 '스토리'가 생긴다. 프로그램의 회가 거듭될 수록 제작진은 각 출연자들의 상황을 두루 비추기보다는 편집을 통해 한두 명에게 집중하고 그들의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정해진 수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구조, 반복되는 포맷에서 제작진으로서는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지난달 31일 방송분에는 여자6호가 '천사표'로 부각됐다. 그러나 그는 방송 후 한 누리꾼이 '자신의 신혼을 망쳤던 불륜녀'라는 글을 올리면서 마녀사냥의 대상이 됐다. <짝> 게시판은 그에 대한 비난글과 옹호글이 넘치고 연예매체들은 이러한 논란을 크게 다뤘다. 이 글의 진위는 알 도리가 없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갑남을녀' 중의 하나인 그가 불륜녀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크게 화제가 될 이유는 없다는 점이다.

굳이 원인을 찾자면 이 방송분에서 그녀가 '천사표'로 나와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고 그 이후의 '뒷 이야기'에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일반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연예인이도 아니고 '사적 생활'에 비난받아야 할 공인도 아니다. 그가 이 프로그램에 나와 잘된다해도 그저 한 사람과 맺어질 뿐인 그저 '일반인'이다.

특히 사실 여부를 알 수도 없는 '과거'를 두고 비난 여론이 이는 대상은 주로 여성이라는 점도 지켜보는 이를 불편하게 한다. 이전에도 <짝>에 출연한 한 출연자가 '에로배우' 출신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 이 논란은 그가 직접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하면서 끝났다. 그러나 툭하면 여성에게 '문란하다', '가식적이다'라며 쏟아지는 비난은 여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인 편견을 그대로 담고 있다.

SBS는 이 프로그램을 '다큐'와 '예능'의 만남으로 설명했다. 애초에 신년특집 3부작 다큐 <나는 한국인이다-짝>에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SBS가 예능과 교양을 통합하면서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제작진도 교양 PD와 예능PD가 섞여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최근 케이블 방송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관음증'과 선정성을 자극하는 소위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더 가깝다.

어쨌든 이 프로그램은 성황이다. 시청률은 10%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고 언론보도에 따르면 출연하고자 신청한 지원자 수는 2000명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그러나 <짝>이 가진 태생적 모순점이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짝>은 '여자 6호'라는 식으로 출연자들의 실명을 밝히지 않지만 무차별적인 대중의 '신상털기'와 '과거 폭로'로부터 출연자들을 보호하기 어렵다. 또 반복되는 포맷에도 대중의 관심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점점 스토리를 부각시키며 '선정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게다가 인기를 끌수록 '만남' 그 자체보다는 '방송 출연'에 방점을 찍는 이들도 늘어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지금 현재 짝 없는 남녀가 짝을 찾아가는 실제 만남 과정을 통해 한국인의 사랑을 살펴보고자 한다"는 기획 취지와는 멀어진다. 애초에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관음증'에 기반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척, 교양과 예능의 중간에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이 프로그램의 성격이 가진 한계다.

그런데, 어디선가 '그래도 재밌으니까'라고 답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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