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에게 제기된 후보단일화 뒷돈 의혹에 대해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를 추진했던 시민사회단체 선대본부에서 "후보 단일화 협상은 박명기 후보 측의 금품 요구로 결렬됐으며 공식 합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곽노현 후보 선대본부는 1일 서울 종로구 흥사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선거 당시 박명기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과정을 설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2일부터 곽노현 후보 측과 박명기 후보 측은 서너차례에 걸쳐 단일화 협상을 벌였으며, 박명기 후보는 서울교육발전협의회 회장직과 10억 원의 돈을 요구했다.
이들은 "박명기 후보는 지난해 5월 18일 서울 사당동 커피숍에서 열린 협상 도중 10억 원을 요구했다"면서 "박명기 후보 측 K씨가 지급 방법을 '10억 원을 빌렸다는 각서 내지 차용증을 써달라'고 큰소리로 요구해 퇴장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곽노현 교육감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곽 교육감은 협상이 진행된 지 1시간쯤 후에 커피숍에 도착했으며 협상 실무를 맡았던 김성오 씨가 나와 "박명기가 돈을 요구하므로 협상장에 들어오지 말라"고 만류해 곽 교육감은 이 자리에 중재 역할로 참석했던 이해학 목사와 인사만 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김성오 씨는 "박명기 후보는 10억 원의 내역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돈을 요구했다"면서 "박 후보는 '7억 원은 예비 후보 등록 이후 지금까지 쓴 비용이고 3억 원 가량은 유세차 계약금과 선거공보물 종이 구입비 및 선거사무소 보증금'이라며 '빚쟁이들 때문에 선거 사무실에 들어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이러한 요구에 대해 곽 후보와 선대본의 의견을 물은 후 '협상 결렬'을 최종 선언하고 퇴장했다. 김 씨는 "박명기 후보는 쫓아나와 손가락을 7개를 표시하며 '그러면 7억 이라도 보전해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협상은 이미 끝났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두 선대본 간의 공식 협상은 이렇게 결렬됐다는 주장이다. 반면 박명기 교수 측은 검찰 조사에서 "협상 과정에서 7억 원을 받기로 합의했으며 협상 타결 후 1주일 안에 1억5000만 원, 선거 후 5억 5000만 원을 주기로 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선대본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는 셈.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씨는 "사실 협상 과정에서 박 후보가 각종 비용을 낼 수 없고 사실상 선거 운동을 벌일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돈 요구를 무리하게 한 시점부터 협상은 결렬됐다. 굳이 단일화를 할 필요가 없는 상대였다"고 말했다.
다음날 19일 오후 박명기 후보는 '조건 없이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박석운 위원장은 "언론에서는 우리가 19일 오전에도 협상을 벌인 것처럼 보도하는데 그런 일은 없다"며 "우리는 '사퇴했다'는 소식을 듣고 '선거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양새라도 갖추려 하나보다'고 짐작했다"고 말했다.
다만 협상이 결렬된 18일 밤 박 교수 측 Y씨가 곽 교육감 캠프의 회계 책임자이자 자신의 손윗 동서인 L씨를 만나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모종의 이야기를 했다는 것. 선대본은 '이날 대화는 사담이기 때문에 내용을 모른다"고 밝혔으나 이날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Y씨는 L씨에게 "곽 교육감은 돈을 안 줄 것 같으니 형님이라도 약속을 해달라"고 말하며 비공식 협의를 시도했다고 한다.
박석운 선대본부장은 "당시 둘의 대화는 사적인 술자리였기 때문에 선대본에서는 그 내용을 몰랐고 곽 교육감도 이런 대화가 오갔다는 것을 10월 말 이후에나 알았다"고 말했다. 김성오 씨는 "후보 단일화 선언 이후 박명기 교수 쪽에서 선대본에 돈 문제를 꺼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선대본은 현재 L씨는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조승현 상임집행위원장은 "지난 일요일 변호사 사무실에서 잠깐 스치면서 물었는데 '합의한 적 없다. 집안 문제일 뿐이다'라고 만 했다"며 "검찰이 이들을 소환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대본은 "우리들은 선거 과정까지만의 상황에 대해서만 알고 있다"며 "취임 이후의 상황은 곽 교육감이 직접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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