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31일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강용석 의원(무소속)에 대한 제명안을 표결 처리하는 과정에서 강 의원을 적극 변호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의장은 강 의원을 '막달라 마리아'에 비유하며 제명하지 말 것을 호소했고, 결국 이날 제명안은 부결됐다.
기자와 참관인을 모두 물리친 채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표결은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본회의장 내의 상황을 자신의 트위터로 중계하면서 알려졌다.
이 대표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은 제명안의 표결 처리에 앞서 "침묵하는 다수 또는 소수의 목소리를 누군가는 말해야 한다면 선배로서 해야 한다. 이는 저와 여러분을 위한 변명이기도 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김 전 의장은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한 뒤 "여러분은 강 의원에게 돌은 던질 수 있나요? 저는 그럴 수 없습니다"라며 강 의원을 '막달라 마리아'에 비유했다.
또 김 전 의장은 "김영삼 총재 징계의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실 것입니까?"라며 1979년 김 전 대통령이 정치 탄압에 의해 의원직 제명을 당한 사례를 거론한 뒤 "이 정도 일로 제명한다면 우리 중에 남아있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라고 강 의원을 두둔했다.
김 전 의장이 발언을 마치자 일부 의원들은 "잘했어", "살신성인했어"라고 호응했다고 이정희 대표는 전했다.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강 의원 제명안은 무기명 표결 끝에 재석의원 259명 중 찬성 111명, 반대 134명, 기권 6명, 무효 8명 등으로 부결됐고, 이후 30일간의 국회 출석정지 안건을 상정해 이를 가결했다.
이 같은 의결 직후 이정희 대표는 다시 트위터에 글을 올려 "강 의원께서 오늘 막달라 마리아가 되셨다"며 "막달라 마리아에 비유한 김형오 의원 덕택인가요"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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