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단독 행보'에 결국 발끈하고 나섰다. 오 시장이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26일 오전 11시께 사퇴 기자회견을 하게 되면서, 결국 참았던 분노를 폭발한 것. 전날 밤 홍 대표는 오세훈 시장의 면담 요청을 거절할 정도로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지역 당협위원장 조찬간담회에서 "오 시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해 사퇴하는 것으로 보고 받았다"며 "당보다 개인의 명예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인의 자세가 아니다. 그것이 안타깝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어제 오 시장에게 전화가 왔는데 또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게 아닌가 싶어 전화를 꺼버렸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홍준표 대표는 또 오 시장이 당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작심한 듯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언론에서는 당이 10월 재보선을 치르지 않기 위해 오 시장의 사퇴를 만류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며 오히려 10월 사퇴를 먼저 약속한 것은 오세훈 시장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그간 오 시장의 사퇴 시기를 놓고 관심이 집중돼 왔다. 오 시장의 사퇴 시점이 내년 총선과 대선의 '예고편' 격인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곧바로 사퇴한다면 당장 10월 26일 보궐선거가 치러지지만, 오 시장이 내달 30일까지 사퇴하지 않을 경우 선거는 내년 4월로 미뤄진다.
홍 대표는 "주민투표 과정에서 오 시장과 쭉 협의를 해왔다. '만약 시장직 사퇴를 할 경우 잡무를 처리하고 국정감사를 마친 10월 초에 사퇴하겠다'는 얘기는 당이 요청한 게 아니라고 오세훈 시장이 수차례 청와대와 당에 약속한 사항"이라며 "당은 사퇴시기에 대해 단 한마디도 요청하거나 이야기한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언론에서 당 지도부가 꼼수를 부린다고 보도되는 것은 여태까지 참아왔다.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단지 투표 무산 후 그 약속을 지켰으면 좋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대표는 또 "오늘 모임은 (오 시장의) 사퇴 시기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지금은 오 시장의 사퇴 이후 보궐선거를 어떻게 치러야할지 논의하는 자리로 변질됐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오 시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주민투표 전날이었던 지난 23일엔 당협위원장 간담회에는 참석해 주민투표 참여 독려를 호소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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