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가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를 놓고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투표율 25.7%라는 초라한 성적표에도 홍준표 대표는 "사실상 이긴 투표로 봐야한다"고 자임했지만, 사실상 홍 대표의 '희망사항'에 불과한 이 결과를 놓고 다른 최고위원들이 반격에 나선 것.
주민투표 다음날인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어느 때보다 무거운 긴장감이 흘렀다. 화두는 단연 주민투표 결과였다.
홍준표의 아전인수?…"주민투표서 내년 총선의 희망 봤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도 "비록 33.3%에 미달해 개함하지 못해 안타깝지만, 민주당의 비겁한 투표 방해 공작과 평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표율이 매우 높았다"고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놨다.
그는 더 나아가 "저는 이번 투표율을 보고 오히려 서울 총선의 희망을 봤다"며 "내년 총선이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으나 모두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에 대한 공세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홍 대표는 "손학규 대표는 (주민투표가) 복지사회로 가는 전환점이라고 말했는데, 역사는 오히려 손 대표와 민주당의 포퓰리즘 정치의 원조로 평가할 것이고, 헌법을 파괴하고 참정권을 짓밟은 민주당을 '투표거부당'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전체 유권자의 3분의1 이상이 투표해야 성사되는 주민투표법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어처구니없게도 투표 거부운동이 위법이 아니라는 해석까지 나온 상황에서, 앞으로도 주민투표를 하려면 (투표율이) 3분의1에 달해야 되는데 최근 투표성향으로 보면 힘든 일 아닌가"라며 "이 부분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겉으론 '승리'를 자임하지만, 사실은 한나라당의 '패배'라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유승민·남경필 "서울시민의 결정 겸허히 받아들여야"
그러나 당의 주민투표 지원을 반대해온 유승민 최고위원이 입을 열면서 회의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유 최고위원은 "어제 서울시 주민투표 결과 확인된 서울시민의 결정을 있는 그대로 겸허하게 받아야 들어야 한다"며 짧게 발언을 마쳤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민투표 발의 자체를 반대해온 남경필 최고위원도 "서울시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여야 정치권 모두 필요하다"며 "민주당도 마냥 승리한 것처럼 하는데, 이번 선거는 정치권 모두가 패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정치는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주민투표까지 오게 됐다. 여야 모두 반성하고, 이 일을 계기로 갈등을 해결하는 화합의 정치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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