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선언은 '종교 편향' 논란이 끊이지 않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4대강 사업, 일부 개신교의 불교 폄훼 등으로 갈등을 겪어온 불교계가 '평화와 공존'에 초점을 맞춘 대안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부처님의 연기적 세계관에 따라 이웃 종교와 '공존'"
화쟁위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도법스님은 "종교 문제로 인한 불신과 갈등이 종식되어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 활동해 국민들에게 모범과 희망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하고자 이 선언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선언문은 초안이며 결사본부는 불교계 내외부의 토론 등을 거쳐 10월 께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선언문은 "'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을 인정해야 하고, 나를 이롭게 하기 위해서는 남을 이롭게 해야 한다'는 부처님의 연기적 세계관에 따라 이웃 종교와의 관계를 맺겠다"며 이날 선언에 '21세가 아쇼카 선언'이라는 부제도 붙였다.
이들은 "우리 불교인은 오늘날 종교 간의 갈등 상황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한다"면서 "이웃 종교를 진정한 이웃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이웃 종교를 질시하거나 경쟁 상대로 여겼던 적은 없었는지, 이웃종교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귀기울여 배우려는 충분하지 못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웃 종교는 '이웃'에 있는 나 자신의 종교이며 내 종교를 비추고 있는 거울"이라며 "바로 이러한 세계관이 불교가 오늘날 한국 사회의 다원적 상황을 이해하고 이웃 종교와 관계 맺기를 원하는 바탕"이라고 말했다.
▲ '종교평화 실현을 위한 불교인 선언(초안)' 발표 기자회견. ⓒ프레시안(채은하) |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종교를 전파해서는 안된다"
특히 이 선언문에는 △열린 진리관 △종교 다양성의 존중 △전법과 전교의 원칙 △공적 영역에서의 종교 활동 △평화를 통한 실천 등 종교 평화를 위한 구체적 실천 지침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실천 지침은 "진리는 특정 종교나 믿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열린 진리관과 함께 "다른 사람의 종교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나의 종교를 선전하기 위해 타 종교를 비방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을 지향해야 한다",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종교적 믿음을 전파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초안 작성에 참여한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그간 종교 평화 문제에서 불교계는 피해자이기도 했고 소극적이고 다소 방관적인 입장을 취해왔으나 이 선언은 기존의 입장을 떠나 불교계 자체의 반성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성택 교수는 "다문화 다인종 사회는 모든 사람이 직면하는 급박한 현실이나 그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종교 평화 선언이 종교간 갈등을 해소하는 것뿐 아니라 다인종, 다문화 문제 해소에 좋은 출발점이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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