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안 아키코리아(www.akiii.co.kr) 대표는 서울대병원 의사출신, 고려대 법대출신 형들 사이에서 작아지기 일쑤였다. 학창시절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던 형들과 항상 비교가 됐기 때문이다.
"공부 천재들 사이에서 항상 주눅 들어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잘하는 것을 알고 있었죠. 남들은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빠르고 정확한 '상황판단력'은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였습니다."
남 대표는 대학입학 후 공부가 아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기로 결심하고, 1학년을 마치고 의경에 지원했다. 이 시간은 그에게 자기계발과 삶의 원동력을 만들어 준 시기였다. 그가 군복무를 하며 읽은 책은 어림잡아 100여 권. 3일에 한 권 꼴로 책을 읽었다.
남 대표는 "책에는 많은 사람들의 지혜와 혜안이 담겨 있습니다. 그 당시 읽었던 책들은 제가 사업에 뛰어들고 난 후 힘들 때마다 용기와 나침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한 캐주얼 운동화 시장 선점
그는 제대 후 복학을 종용하는 형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자신의 길을 가고자 결심했다. 이러한 결심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믿음과 지지였다. 그리고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의류판매 등 패션관련 일을 통해 초기자본을 모으는 데 힘썼습니다. 종자돈 2천만 원을 모으고 난 후 구체적인 시장상황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남 대표 눈에 들어온 것은 '캐주얼 운동화' 시장이었다. 이런 결정은 '운동화에는 왜 SPA브랜드가 없을까'라는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의류 브랜드에선 유니클로, 자라, H&M과 같은 SPA브랜드가 성장하는 것을 보고 저거다 싶었습니다. 제가 중고등학교 때 스톰바지가 14만 원. 지금도 높은 가격이지만 10년 전 물가를 생각한다면 당시에는 엄청난 가격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걸 깨트린 브랜드가 '지오다노'였습니다. 여기서 아키코리아의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운동화 가격에 거품이 많은 만큼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디자인을 개발한다면 운동화도 SPA브랜드로 성공하겠다는, 일명 '감'이 온 것이다.
아키하이탑의 '대박'이 보여준 새로운 운동화 시장의 가능성
그가 첫발을 내딛은 것은 바로 '하이탑'이다.
"처음엔 나이키의 에어포스 제품을 제외하곤 하이탑이 전무하던 시절이었어요. 시장에 제품을 내놓기 전에 이미 성공을 확신했습니다. 좋은 품질에 이런 가격경쟁력을 가진 브랜드는 당시 전무했거든요."
예상대로 아키하이탑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물량이 모자라 예약구매 신청을 받자마자 이틀 만에 한달 치 판매량이 들어왔다. 소위 '대박'을 친 것이다.
그때부터 '아키'는 꾸준한 인기를 얻어 이미 온라인에서 유명해졌다. 지난 7월에는 중국 국제박람회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남 대표는 "올해부터 신제품 개발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내년까지 100개의 취급매장을 내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공부천재'인 형들 사이에서 열등감을 딛고 일어난 '운동화 천재'가 국내 최초의 SPA브랜드 운동화 아키(akiii)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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