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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젊은이들은 일찍 독립?…이젠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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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젊은이들은 일찍 독립?…이젠 옛말"

[최진봉의 뷰파인더] 장기 경기침체에 취업난 심각

미국 의회가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최소 2조1000억 달러 증액하는 법안을 지난 2일 통과시킴으로써 미국이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오바마 행정부와 미 의회의 극적인 협상 타결로 재정적자 감축안이 확정되면서 미국은 디폴트 위기를 벗어났지만 정작 미국 경제는 이로 인해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미국 경제의 침체는 실업률 증가와 성장률 감소,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을 확대 시키고 있다.

미국 대학생들도 일자리, 학자금 대출에 고생

이러한 미국 경제의 장기 침체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바로 대학을 갓 졸업한 졸업생들이다. 미국 경제가 장기간의 침체를 겪으면서 대학 졸업생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운이 좋게 일자리를 얻었더라도 월급이 예전에 비해 턱없이 적은 일자리를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 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2009년에서 2010년 사이 미국에서 학생을 제외한 16세에서 24세 사이의 청년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2%가 실업상태로 나타났다. 이들 중 어렵게 직장을 잡은 사람들도 봉급은 예전만 못한 실정이다. 2009년에서 2010년 사이 대학을 졸업한 졸업생들의 첫 연봉이 평균 2만7000달러로 예년에 비해 약 10% 가량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얻지 못해 실업자로 전락하거나 수입이 적은 직장을 얻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미국 대학생들이 졸업하자마자 빚더미에 올라 앉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대학 학자금 대출의 상환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변변한 직장을 얻지 못함에 따라 대학에 다니는 동안 대출받은 대학 학자금을 상환할 수 없게 되자 곧바로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는 것이다.

대학 학비 보조금 관련 웹사이트인 '핀에이드'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으로 미국 대학 졸업생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려 쓴 학자금 총액이 913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미국 국민들이 신용카드로 결제한 총 금액 보다 많은 액수로, 최근 들어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금액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1993년의 경우 전체 대학생들 가운데 절반 미만이 학자금을 대출받았으나,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에는 대학 재학생중 3분의2가 학자금을 대출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규모가 올해 안에 1조 달러를 육박하거나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미국의 대학생들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학자금 대출 등으로 빚더미에 올라앉는 경우가 많다. ⓒ로이터=뉴시스

미국에선 일찍 경제 독립한다? 이제는 옛말

그런데 미국 대학 졸업생들이 이러한 경제적 위기에 처하면서 대학 졸업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에게 경제적 불똥이 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면 대부분 부모님을 떠나 독립을 하던 미국 젊은이들이 기존의 관행을 깨고 대학 졸업후에도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나아가, '핀에이드'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 졸업생 가운데 85%가 부모의 경제적인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던 미국의 오랜 전통이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직장을 얻지 못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면서 대학 졸업생 자녀를 둔 미국 부모들이 자녀들을 돕기위해 은행대출을 받거나 정년퇴직을 늦추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금융그룹인 '선 아메리카'와 노령문제 전문연구단체인 '에이지 웨이브'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55세 이상 미국인 가운데 절반 정도는 자녀들에게 대학 학자금을 포함해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이들중 70%는 성년이 된 자녀들을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비영리단체인 '전미 금융교육재단(NEFE)'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생활중인 미국 부모 중 절반이 넘는 59%가 이미 학업을 마치고 성인이 된 18~39세의 성인 자녀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아니라, 성인 자녀를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부모들 중에는 성인이 된 자녀의 경제적 지원을 위해 은퇴를 늦추고 있는 경우가 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고, 25%는 대출까지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전통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서구사회에서는 자녀들이 성인이 되면 재정문제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따라 부모가 성인이 된 자녀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자녀들이 스스로 경제적인 독립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미국의 부모들도 어쩔 수 없이 성인이 된 자녀의 뒷바라지에 노후를 바치고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래저래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모들만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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