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가 '전국민 달러 모으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팔을 걷었다. 박희태 대표는 10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이 달러 사재기를 하지 말자고 이야기했고, 나는 한걸음 더 나아가 장롱 속에 있는 달러를 내놓는 것이 사랑하는 길이라는 의견을 얘기했다"며 '달러 모으기'를 제안해온 배경을 밝혔다.
박 대표는 "국민운동을 하자는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국민들의 자발적인 생각에서 내려지는 결심이지 정부에서 강요할 문제는 아니다"고 전제하면서도 "(달러 모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금 모으기처럼 모아서 파는 게 아니라 달러를 은행에 예금 하자는 것"이라며 "그러면 은행 자체의 달러 보유고가 올라가고 대외신용도도 올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800만 명이 50 달러씩 모으면 4억 달러"
한나라당 내에서 이 문제에 대해 첫 운을 뗀 김영선 정무위원장은 더 적극적이다. 김 위원장은 9일 <CBS라디오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에 출연해 "국민적 운동을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관광객 800만명 정도가 (해외여행을 갔다가) 50달러만 가지고 온다 하더라도 4억 달러 정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금 모으기 할 때 20억달러 정도 모았다"면서 "환위기를 조장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으로 잡히는 외환고보다도 더 많은 외환고를 우리가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게 되면 위기를 쉽게 넘길 수 있을 것"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따라 정무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솔선수범'하는 시범을 보일 예정이다. 한나라당 정무위원들은 은 이날 오전 질의를 12시까지 마친 후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를 방문해 사장 및 직원들과 '도시락 간담회'를 개최하고 집에 보관 중이던 달러를 외환통장에 예금하는 이벤트를 갖는다.
하지만 이 같은 제안은 당 내에서조차 폭넓은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원희룡 의원은 달러 모으기 운동에 대해 "민간에서 달러 모으기를 하면 고마운 것이지만 정부나 정치권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다"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야당은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치권에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달러를 내놓으라고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이벤트를 벌이는 것은 좋지 않다"며 "현 경제위기에 겸허히 반성하고 강만수 경제팀을 경질하라. 한나라당은 경제위기를 국민에게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말로는 위기가 없다고 하면서 위기를 조성하는 행동을 한다"며 "정부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슬기롭게 대처해야지, 쇼 하듯 움직이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국민이 정부의 경제팀과 경제기조에 신뢰를 보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여당이 달러 모으기한다고 하면 누가 응하겠나"며 비판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각 언론, 포털 사이트의 댓글도 싸늘하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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