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로 예정된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해 그동안 현대건설 인수 의지를 거듭 밝혀 온 현대그룹에 뜻하지 않은 장애물이 나타났다.
현대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김창록 총재가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자격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 총재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현대가(家)에서 현대건설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LG카드 공개매수 논란과 같은 홍역을 치르지 않으려면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매각 이전에 구 사주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건설의 '구 사주'는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남편이었던 고(故) 정몽헌 회장을 가리킨다.
그러나 김 총재가 거론한 '구 사주'가 고 정몽헌 회장 개인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현대가(家) 전체를 에둘러 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현대건설 인수 의욕을 갖고 있는 현대그룹에 악재가 터졌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은행연합회의 '채권금융기관 출자전환주식 관리 및 매각 준칙'에 따르면, 부실 책임이 있는 구 사주는 원칙적으로 채권금융기관의 기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된다.
즉 현대건설을 부실에 빠지게 한 책임이 현대그룹에도 있다고 채권단이 판단할 경우 현대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측은 "고 정몽헌 회장이 현대건설을 살리기 위해 4000억 원 이상의 사재를 출연하는 등 자구노력을 다했기 때문에 '구 사주'라는 이유만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이 상실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김창록 총재가 '구 사주' 문제를 거론한 데 대해 "인수합병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원칙적 발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환·산업·우리은행 등이 소속돼 있는 현대건설 주주협의회 산하 운영위원회는 다음달 초에 매각주간사를 선정하기 위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가 매각할 현대건설 지분은 총 50.3%이며, 최종 매각 가격은 6조~7조 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은 최근 "올해의 남은 반년 목표는 현대건설 인수"라며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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