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입구에서 골짜기를 따라 50여m만 올라가도 지뢰 매몰 지역이 나온다. 위험 지역 주변은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철조망으로 둘러져 있지만, 이조차도 이번 폭우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몇해 전 이곳에선 주민 정모(당시 53세) 씨가 산나물을 캐다 지뢰를 밟아 오른쪽 발목이 절단되는 사고도 발생했었다.
산사태 이틀 전까지 우면산에 매일 올랐다는 지역 주민 김모(55) 씨는 "등산로에 곳곳에 '과거 지뢰지대'라고 쓰인 경고 팻말이 있어 지날때마다 등골이 오싹했는데, 산사태로 지뢰가 어디로 휩쓸렸을지 모르는 일 아니냐"며 "집에 전기도 끊겼는데 집밖에 나서기도 두렵다"고 말했다.
우면산 곳곳에 '지뢰지대' 경고판…제거 작업은 '지지부진'
우면산은 대표적인 후방 대인지뢰 지대다. 1968년 김신조 사건 이후 군은 후방의 방공기지 36곳에 7만5000여 발의 M14 대인 지뢰를 매설했고, 우면산도 그 중 하나다.
▲ 우면산에 설치된 '과거 지뢰지대' 경고판. 우면산 곳곳엔 이런 표지판과 함께 등산객의 출입을 금하는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지뢰 유실 위험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다. ⓒYTN갈무리 |
서초구 예술의전당 뒤편을 따라 10분만 올라가도, 바로 붉은 글씨의 경고 표지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소망탑으로 향하는 등산로 곳곳에서도 "이곳은 과거 지뢰 매설지역으로 2000년대 군에서 지뢰 제거를 실시했으나 유실 또는 제거하지 못한 지뢰로 폭발사고 위험이 있으니 출입을 금지합니다"라는 경고판이 설치돼 있다.
한 주민은 "주민 출입을 금한다면 지뢰가 묻혔을 가능성이 높은 거고, 한 발이라도 지뢰가 묻혀있다면 그 자체로 '과거'가 아닌 '현재 지뢰지대'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5년 넘게 우면산을 오르내렸지만 아직까지 그런 팻말이 붙어있다는 것 자체가 제거 작업이 덜 됐다는 거 아니겠냐"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사실 매설 지뢰로 인한 위험은 태풍 '곤파스'가 우면산을 강타한 지난해부터 제기돼 왔다. 당시 우면산 일부가 태풍에 유실되면서, 찾지 못한 지뢰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었다. 주민들은 "작년 태풍 이후 지뢰를 모두 찾았다면 왜 현재까지 지뢰 지역에 철조망이 쳐 있겠나"라며 잔여 지뢰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초구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지난해 태풍 이후 군에서 작업을 진행했지만 발견한 지뢰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추가로 발견된 지뢰가 없다는 것 외엔 확인해줄 수 있는게 없다. 구체적인 내용은 담당자와 통화하라"고 했지만, 서초구에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
현재도 남부순환로에는 군인과 소방관 수백여 명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우면산 앞래미안아트힐아파트에서 만난 한 군인은 "지뢰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전요원들이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산사태 복구에 투입된 셈이다.
▲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앞 남부순환로의 모습. 우면산에서 떠내려온 나무와 토사가 바로 앞 주택가까지 덮쳤다. 오른편 아파트에서만 산사태로 4명이 목숨을 잃었다. ⓒ프레시안(선명수) |
▲ 우면산 곳곳에 쳐진 '군사보호구역' 철조망. 사진은 산사태가 나기 불과 1주일 전 촬영한 것이다. ⓒ프레시안(선명수) |
한편, 임진강 상류에서도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유실된 북한군 목함지뢰가 내려와 피서객과 주민들의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육군 1군단은 27일 "파주시 진동면 임진강에서 수색작업을 벌이던 중 북한군 목함지뢰 1발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진동면은 지난 22일 지뢰 2발이 발견된 파주시 적성면 북진교 근처에서 상류 쪽으로 불과 300m 가량 떨어진 지점이며, 올해 들어 목함지뢰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동안 지뢰사고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는 총 47명에 이른다. 연평균 4명이 죽거나 다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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