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 서명부가 훼손될 수 있으므로 미리 법원에 증거로 제출해달라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신청을 기각했다.
2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하종대 부장판사)는 "서명부 등의 위·변조 위험이 없다"며 민주당 이상수 전 의원 등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서명부 등의 증거보전 신청을 기각했다.
서울시의 주민투표에 반대하는 야당과 시민단체는 주민투표 청구 서명부에 대리 서명이나 무자격자 서명 등이 많아 위법성이 있고, 서명부 훼손을 막아야 한다며 지난 15일 증거보전 신청을 냈다.
이는 법원이 서울시의 손을 들어준 첫 결정이지만, 주민투표의 진행 여부는 야당이 제기한 주민투표 집행정지 신청과 무효 확인 소송에서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집행정지 신청의 첫 심리는 오는 28일 열린다.
주민투표 D-30, 與는 '엉거주춤', 野는 '적극 대응'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정치권의 대응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조만간 오세훈 시장을 최고위원회에 불러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주민투표를 놓고 한나라당이 당론을 정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25일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에서 오세훈 시장을 불러 의견을 듣기로 했다"며 "오 시장과 일정을 조율하되, 가능하면 이번주 수요일(27일) 최고위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이 추진 중인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한나라당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남경필·유승민 최고위원은 "주민투표는 갈등의 시작이자 예산 낭비"라며 투표 철회를 요구하고 있고, 나경원·원희룡 최고위원의은 "복지 포퓰리즘에 맞설 성전(聖戰)"이라며 당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해왔다.
주민투표에 대한 한나라당의 '엉거주춤'한 태도와 달리, 민주당은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서명부 부실을 주장하며 서울시당 차원의 법적 대응에 나섰으나, 이제 중앙당 차원의 대응으로 격상하면서 공세를 강화하고 나선 것.
민주당 박영선 정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는 오세훈 시장 개인의 탐욕이 낳은 매우 나쁜 투표"라며 "투표에 들어가는 180억 원의 예산으로 여름방학 동안 굶는 43만 명의 결식아동에게 밥을 먹이길 오 시장에게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조선>·<중앙> 여론조사, '단계적 무상급식'이 우세
그러나 막상 투표가 실시될 경우 민주당이 승리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만큼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것 역시 숙제다. 한나라당의 당론까지 정해져 투표가 '여야 총력전' 양상이 되면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
당장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23일 서울시민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오세훈 시장이 제안한 '단계적 무상급식'에 대한 지지는 58.8%, 서울시의회의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지지는 39.1%로 민주당이 밀리는 상황이다. 같은 날 <중앙일보>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단계적 무상급식'은 53.2%, '전면 무상급식'은 38%의 지지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전체의 3분의 1을 약간 넘는 34.6%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투표 법안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33.3%)이 투표를 해야 투표함을 개봉할 수 있고, 유효 투표수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안건이 통과된다. 투표율에 따라 여야 모두 전략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편, 서울시는 주민투표를 27일 발의해 내달 24일께 투표를 치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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