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의 기술이전이 빨라지고 있다. 최근 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이 쌍용자동차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기술을 가져간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이번에는 중국 전자업체가 국내 PDP(플라스마 디지털 TV) 생산기술을 가져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PDP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PDP는 중국 전자업체와 함께 중국 현지에 합작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합작에는 중국 쓰촨(四川)성의 창훙(長虹), 산시(陝西)성의 차이훙(彩虹)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기업과의 합작공장 설립은 중국시장 진출에 효과적인 방안이며, 그동안 우리 기업이 중국으로 진출할 때 가장 많이 선호한 방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합작공장 설립 허가를 내줄 때 기술이전을 단서로 내걸면서 합작공장이 기술이전의 핵심 통로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 지난해 중국 상하이차와 쌍용차는 중국 현지에 SUV 생산을 위한 합작공장 설립 계획(S-100 프로젝트)을 추진했으나, 중국 정부가 대규모 연구개발단지 설립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결국 이 합작공장 설립 계획은 중도 폐기된 바 있다.
오리온PDP와 중국 업체 간의 합작공장 설립은 오리온 측이 생산라인 설계 등 기술투자를 맡고, 중국 업체는 자금 투자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솽훙(雙虹)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합작공장 설립 계획은 오는 2008년까지 200만 대의 PDP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리온PDP는 PDP 분야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다. 과거 대우계열이던 이 회사는 지난 1995년 국내 최초로 PDP를 개발하는 등 멀티PDP(여러 대의 PDP를 연결해 대형 화면을 만드는 기술, MPDP) 등의 분야에서 50여 개의 국제특허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03년에 세계 최초로 84인치 멀티PDP를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무한확장형 멀티PDP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 합장공장 설립이 성사되면 세계 PDP 시장 판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삼성SDI와 LG전자, 마쓰시타, FHP, 파이오니어 등 5개 업체가 전 세계 PDP의 99%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리온PDP를 통해 PDP 생산기술을 확보한 중국 업체가 강력한 도전자로 떠오를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이번 오리온PDP의 합작공장 설립 계획에 대한 '기술유출'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한편 오리온PDP는 지난 2002년에 오리온전기에서 분사된 뒤 지난해 5월 미국계 펀드인 매틀린패터슨에 인수됐다. 매틀린패터슨은 이번 합작공장 설립 등과 관련해 별도의 테스크포스 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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