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당 소속 군수의 비리에 따른 낙마로 오는 10월 29일 실시되는 울주 군수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공천키로 결정해 빈축을 사고 있다. 박희태 대표는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9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는 한나라당의 당규에 어긋나는 것. 한나라당은 지난해 9월 당규 공직자후보자추천규정 41조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부정부패 혐의로 형이 확정돼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경우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후보추천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한 바 있다.
박 대표는 "그런 게(공천 배제 당규) 있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이전에 우리 당이 무엇을 잘못한 후보를 내서 문제가 되고 그 사람이 군수직을 그만뒀다면 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공천 자체는 (특별한 다른)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오히려 떳떳히 공천해서 국민에게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심판 받으면서 그 지역에서 충실히 하는 것이 여당의 도리"라며 "충남 연기 군수 선거도 개인 비리로 (낙마의) 원인이 된 행위를 한 사람이 자유선진당 후보인데 공천을 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입조심, 말조심
자신이 이날 오전 밝힌 '달러 모으기 운동'에 대해 박 대표는 "국민 운동으로 하지 않겠다는 말을 분명히 하면서 얘기한 것"이라며 "달러 사재기를 하지 않으면서 장롱에 있는 달러도 내 놓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표는 YTN 해고 사태,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선거자금 차용 논란, 보건복지가족부 이봉화 차관 위장경작 및 소득 보전금 불법 신청 등 논란이 되고 있는 현안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YTN 해고 사태와 관련해서 그는 "문제에 대해 보고를 듣고 있지만 해결책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에서 결정하지 못했다"며 "오늘 국회 국정감사에 구본홍 사장도 오고 하니 여야가 머리를 짜내 좋은 해결책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 교육감 선거자금 차용 논란에 대해서 박 대표는 "자세히 보고를 못들었다"며 역시 즉답을 피했다. 그는 "교육 문제는 정치권에서라기보다 중립성이 강조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미리 관심을 표명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봉화 차관 문제에 대해서도 "이 문제는 좀 더 확실히 사안을 알아봐야 하겠다"고만 말해 청와대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대표 회담 제안에 야당 '글쎄'
박 대표는 이어 여야 당대표 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용과 시기 등 구체적 사항은 조율되지 않아 실시 여부는 미지수다.
박 대표는 "식스 파티(6당)인지 파이브 파티(5당)인지 그것은 확정 짓지 않았다"면서 "지금부터 각 당 상대로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민주당에 통보는 했지만 아직 가부에 관한 연락은 없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경제 살리기에는 여야가 없다고, 얼마 전에 야당도 적극 협조하고 참여하겠다고 했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영수회담을 거론하면서 "그래서 우리는 정치권이 정쟁 중단을 선언하고 금융 위기 극복에 총력을 다 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정부 여당이 정쟁거리를 만들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며 직답을 피했다. 최 대변인은 "보통 정쟁은 야당이 여당을 비난하고 정쟁꺼리를 던지면서 야기되어 왔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서는 정부여당발 정쟁 불지피기가 계속돼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유선진당 이명수 대변인도 "경제적 비상시국에서 박 대표가 당면한 위기를 인식하고, 초당적 대처를 모색하자고 제의한 충정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명하지만 그러나 위중한 현 경제적 비상사태를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해하기에는 박 대표의 상황인식이 너무 안일하고 한가하다"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 당이 이미 제의한 바대로 각 당의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정책팀이 참여하는 '여·야·정 경제정책협의기구'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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