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7.4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한나라당 새 지도부가 13일 청와대에서 첫 오찬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와 지도부 당선 축하 인사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국정 현안에 관련한 논의는 시종일관 '애매'했다.
회동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축하 인사로 시작됐다. 홍준표 대표는 "진보정권 10년 동안 실패했던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대통령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건배를 제안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올림픽 프리젠테이션 연습 과정을 언급하며 "준비팀에서 연습을 같이 하자는 말을 (내게) 차마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내가 먼저 연습을 제안했다. 이렇게 충분한 준비를 한 것이 유치 성공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관중이 없어서 (각종 대회가)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며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 모교 초등학생 전원을 사비를 들여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축하 인사 이후에는 각종 현안에 관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홍 대표는 "우리은행과 대우해양조선은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기업인데, 대기업에 이를 매각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포스코처럼 국민공모주 형태로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산업마다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만 답했다.
이 대통령은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임명 논란에 관해 남경필 최고위원이 "당내 부정적 의견이 많으니 충분히 제고해 달라"고 말하자 "청문회 통과가 관건인데 최종 결정 전에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와 상의해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마지막까지 일을 열심히 할 사람이 필요하다. 스타일리스트는 곤란하다"고 말해, 사실상 권 수석을 임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나경원 최고위원이 "내년 총선과 대선의 책임이 당에 있으므로 당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하자, "당과 정부가 잘 협조해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입안하거나 발표하지 않고, 당도 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정책을 발표하는 등 당정 협의를 긴밀하고 원활하게 하겠다"고 답했다.
유승민 최고위원이 "친서민 정책을 좀더 가슴에 와닿게 해야한다"고 강조했지만, 이 대통령은 "보수적 중도정책을 펴야 한다"며 당 일각의 '좌클릭' 행보를 견제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또 "홍준표 대표는 산전수전을 다 겪었으니 신뢰한다"며 "걱정은 기우이고 함께 잘해보자"고 홍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홍 대표는 이날 오찬 직후 이 대통령과 40여 분간 단독 면담을 갖기도 했다. 이 자리에선 대통령-당 대표간의 형식적 주례 회동을 지양하고 상시 대화 채널을 만들 것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전반적으로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오찬이었다"고 전했다. 오찬 회동 전 이 대통령은 홍준표 대표에게 "축하한다"고 덕담을 건네면서 "(노타이 차림이라 홍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넥타이를 못 본다"고 인사를 했다. 홍 대표는 "(IOC총회) 결과가 좋았다. 수고 많으셨다"고 말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난 뒤에만 있었고 다들 고생이 많았다"고 화답했다. 나경원 최고위원이 "지지율이 많이 오르지 않았냐"고 묻자 이 대통령은 "지지율이 올라가면 불안해지고, 지지율이 내려가면 기회가 있다"고 응수했다.
한편 이날 회동에는 당에선 홍 대표 외에 황우여 원내대표, 유승민·나경원·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과 이주영 정책위의장, 김정권 사무총장, 김기현 대변인이 참석했고, 청와대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 백용호 정책실장, 김효재 정무수석, 김두우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신임 지도부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여당 대표와의 회동은 지난 3월 안상수 전 대표와의 정례회동 이후 넉 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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