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고위원회 비공개회의 녹취록을 공개해 도청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강조하며 경찰 조사에 불응하겠다고 밝혔다.
박희태 국회의장과 함께 발트 3국을 순방하고 13일 귀국한 한 의원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내에서의 발언은 면책특권에 해당된다"며 "3권 분립 하에서 내가 합법적인 행위를 한 것에 대해 경찰이 소환조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한 의원은 또 "민주당이 이런 사실을 뻔히 다 알면서도 자신들이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깬 것을 무마하기 위해 누가봐도 뻔한 정치 공세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설령 도청이라 하더라도 국회의원 면책특권 때문에 (나는) 조사 대상이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KBS가 버거우니 괜히 나한테만 공격을 한다. 치사하다"며 "민주당은 괜히 엉뚱한 짓을 하지 말고 KBS와 진실게임이나 잘 하라. 나는 거기에 조연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경찰이 '외부 도청'으로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경찰이 증거를 대야지, 현재는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라며 "나는 민주당에서 흘러나온 것을 전달 받았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한 의원은 녹취록을 누구한테 받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얘기할 필요가 없다. 여러분은 취재원을 공개하냐"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녹취록 공개를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며 "(내 발언은) 여야 합의를 민주당이 뒤엎는 추잡스러운 정치 행태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1일 한 의원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경찰은 15일 한 의원의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한 의원이 입국한 이날엔 도청 혐의를 받고 있는 KBS 장모 기자가 경찰에 조사를 받을 예정이며, 경찰은 장 기자를 상대로 휴대전화와 노트북 교체 이유, 상부로부터 지시를 받았는지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한편, 한 의원으로부터 비공개회의 발언을 공개당한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한선교 의원이 오늘 귀국한다. 도청으로 제 비공개 발언을 공표한 공범 혐의자"라며 "(한 의원은) 누구로부터 어떻게 도청 녹취록을 입수했는지 진실을 밝히고, 경찰의 소환에 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경찰은 강제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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