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2년 임오군란 당시 청나라 군대의 진주 이래 124년간 일본군, 미군 등 외국군이 차례로 주둔해 왔던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공원화 선포식'이 거행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24일 용산민족역사공원건립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에 참석했다. 용산국립중앙박물관 광장에서 거행된 이 행사에는 한명숙 총리 등 3부 요인과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 등 외교사절도 자리를 함께 했다.
기지반환 및 용산공원 추진경과 보고와 홍보물 상영에 이어 강은교 동아대 교수가 직접 징을 치며 '햇빛으로 오시게, 유화여'라는 축시를 낭송했다.
개발 시사한 대통령…"용산이 강남북 균형발전 이끌게 될 것"
노무현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이곳 용산은 아픈 역사를 가진 땅"이지만 "이제 이 땅에 새로운 미래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124년 전 임오군란을 빌미로 청나라 군대가 주둔해 국정을 좌지우지 간섭했고, 청일전쟁을 계기로 일본군이 강점하면서 제국주의 침략과 지배의 전진기지가 되었던 땅이고, 해방 후에는 미군이 주둔하여 우리의 국방을 기대어 온 땅"이라고 용산 지역의 역사를 되짚으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우리 후손들은 이곳에서 지난날 고난과 수치의 역사와 함께 도전과 극복의 역사를 돌이켜 보고, 대한민국의 긍지와 자신감을 확인하고 새로운 미래를 다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서울 한복판에 새로 열릴 80만 평의 녹지공원은 생각만 해도 가슴을 부풀게 한다"고 말했지만 '개발 병행'의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용산이 매력 있는 삶의 공간이 되면, 고속철도(용산)역 역세권 개발과 결합하여 강남북의 균형발전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
"중앙정부가 서울시민과 국민 이해관계 조정"
노 대통령은 "서울시민 중에는 이 사업을 서울시가 시민의 뜻에 맞게 추진하기를 원하는 분도 많을 것이지만 이 사업은 그 뜻에 있어서 국가적 의미가 매우 크고, 그 결과도 국가적인 것"이라고 말해 서울시 측의 완전공원화 추진 방안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용산기지 이전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이것은 전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며 "중앙정부가 전 국민의 의견을 모으고, 서울시민과 전체 국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추진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건교부와 서울시는 용산공원특별법에 '개발 가능 조항'을 포함시키느냐 여부로 격렬히 대립하고 있다. 또한 국방부는 용산뿐 아니라 반환 미군 기지들을 재개발해 평택미군기지 확장이전 비용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서 기지 이전 진행"
한편 노 대통령은 "용산기지 이전은 미래지향적인 한미동맹 구상의 토대 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고 참여정부가 어느 날 갑자기 시작한 일이 아니다"며 "1990년 노태우 정부가 기본합의서까지 체결했고, 이후 외환위기 등으로 미루어 오던 것을 참여정부 들어 마무리 지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전시작전통수권 환수 논란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이 일(용산기지 반환)을 위해 평택 시민들은 새로운 군부대를 받아들였다"며 "많은 농민들이 삶의 터전을 내놓아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고 위로했다. 노 대통령은 "아픔과 갈등을 극복하고 용산기지 이전에 협조해 주신 평택 시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이 평택주민들에게 사의를 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지만 대추리 주민들은 기지 이전을 아직도 반대하고 있다.
한편 한명숙 국무총리가 위원장 직을 맡고 있는 용산공원건립추진위원회는 이날 "용산기지 공원화 사업은 역사성과 대규모 녹지공간이라는 용산의 지역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착공은 있으나 준공은 없는' 장기사업"이라며 "후손들이 원하는 대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도록 가급적 (여지를) 많이 남겨 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공원조성사업과 달라 광복 100주년인 2045년 공원 완성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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