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농민총연맹 등 30여 개 단체로 구성된 '세상을 바꾸는 민중의 힘(준)'은 29일 서울 광화문 동아면세점 앞 왕복 도로를 모두 점거하고 '민생 파탄 이명박 정권 심판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당초 이들은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려 했으나 계획을 변경, 광화문 동아면세점까지 가두행진을 한 뒤 그 자리에서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동아면세점 앞 도로에 병력을 배치하고 시위대가 광화문 네거리로 행진하는 것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별 다른 마찰은 없었다. 범국민대회는 약 1시간 30분 만에 시위대가 자진 해산하면서 끝났다. 경찰은 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14개 중대 9000여 명의 경력을 배치했다.
▲ 노동자, 대학생, 농민 등 1만여 명은 이날 광화문 왕복도로를 점거하고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이명박 정권 3년 6개월 동안 부자와 깡패의 천국이 됐다"
이날 범국민대회에서는 각 단체 대표들이 참석해 이명박 정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포문은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열었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 3년 6개월 동안 이 나라는 부자와 깡패의 천국이 됐다"며 "경찰들은 노동자를 때려잡는 것에 혈안됐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더 이상 반 노동, 친 자본 정권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175일째 85호 타워크레인 위해서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신본부 지도위원을 두고 "한진중공업은 6개월 넘게 투쟁을 하고 있다"며 "언론에서는 노사합의를 통해 문제가 해결됐다고 하지만 해결된 건 한 가지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잘못된 정리해고가 철회되지 않는 한은 어떤 것도 해결됐다고 할 수 없다"며 "민주노총은 85호 크레인 위에 올라가 있는 노동자들과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장은 "현재 농촌은 파탄 일보 직전"이라며 "소 값은 절반 가격으로 내려갔고, 구제역 여파로 돼지 값은 여전히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더구나 정부는 쌀값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않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농민들은 다들 죽을 수밖에 없다"고 빠른 조치를 촉구했다.
"가난한 이들은 고립돼 죽어가고 있다"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매일 청계광장에서 촛불 집회를 열고 있는 대학생 단체 대표도 이날 발언을 이어갔다. 박자은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의장은 "인간답게 살고 싶어 대학을 갔지만 졸업 후에는 신용불량자가 되고, 백수가 되는 게 지금의 우리"라고 설명했다.
박자은 의장은 "게다가 수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을 대학에 보내놓고 제대로 뒷바라지를 못해 가슴 아파한다"며 "결국 목숨까지도 끊는 게 이 땅의 부모들이다"고 꼬집었다. 박 의장은 "반값 등록금 문제 해결은 대학생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의 문제"라며 "더욱 힘차게 싸우자"고 독려했다.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대표는 "우리 사회의 노점상인들은 과태료와 용역들에게 죽어가고 있고 철거민들은 자신들이 살 공간을 요구하다 죽어가고 있다"며 "아무리 싸워도 해결되지 않는 게 지금의 우리 빈민들"이라고 말했다.
박경석 대표는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빈곤의 사각지대를 해결하겠다고 말만 한다"며 "결국 가난한 이들은 외롭게 고립돼 죽어가고 있다.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우자"고 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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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목소리 외면한 이명박 정부를 향한 투쟁 선포한다"
민중의 힘은 이날 배포된 결의문을 통해 "그간 우리는 민생고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민중 요구안을 청와대에 전달하고자 삼보일배까지 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경찰을 동원해 이를 받지 않았다"며 "국민의 절절한 목소리를 외면하고 탄압과 무시로 일관하는 이명박 정부를 향해 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우리가 요구하는 '민중 10대 요구안'을 관철하고자 전면적 투쟁에 나선다"며 "민생파탄의 총책임자인 이명박 정권을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최저임금 시급 5410원 이상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즉각 실현 △노조법 전면 재개정하고 근로기준법 개악 중단 △노동탄압 중단하고 노동기본권 보장 △농축산물 가격 폭락에 대한 정부대책 수립 △비료값, 사료값, 면세유 등 농업생산비 폭등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 △기초농산물 정부 수매제 즉각 도입 △노점탄압 중단 및 주민생존권 말살하는 살인개발 중단 △기초법 전면 개정 및 빈곤층 복지 지원 확대 △한미FTA 폐기 등 10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한편 범국민대회에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농민과 학생 등 200여 명은 서울역 광장에서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무관세 수입 중단과 구제역 살처분 보상금 지급, FTA 비준 중단' 등을 요구했다.
전국노점상총연합회(전노련)을 비롯한 빈민 단체 소속 1500여 명도 보신각 앞에서 '빈민생존권 쟁취 결의대회'를 열고 노점탄압 중단과 강제 퇴거·살인 개발 중단,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전면 개정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500여 명은 서울광장에서 최저임금 쟁취와 노조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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