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정부는 4대강 공사의 공정률을 60%로 발표하고 있었고, 인디보의 활동가들도 "이렇게까지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활동은 이렇게 소소하구나." 하는 마음에 활동을 둘러싼 번민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어느 누구도 먼저 "하자!"고 지르지 못하고 있었을 때, 인디보는 다큐공동체 '푸른영상'과 지역의 미디어 활동가들과 만나게 되었다.
2010년 내내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에서 진행되었던 지역네트워크프로젝트 '오겡끼데스까'를 통해 만난 지역의 활동가들은 오겡끼데스까를 통해 생긴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푸른영상은 '강'이라는 이름으로 4대강과 관련한 장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장편 작업을 완성하기 전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 그전에 무언가 할 수 없을까?
이렇게 큰 세 개의 욕구가 만나서 서울독립영화제가 열리던 2010년 12월 11일 열댓 명의 미디어 활동가, 다큐멘터리 감독, 학생 등이 만나 4대강을 주제로 한 영상을 제작하자고 입을 모았고, 그 뒤부터 일은 기다렸다는 듯 착착 진행되게 된다. 아마 서로에게 서로가 없었다면 감히 지르지 못했을 거대한 일거리의 시작이었다.
▲ 4대강 살리기 옴니버스 프로젝트 <江 , 원래> |
<4대강 영상 제작 프로젝트>라고 거칠게 이름 붙였던 우리의 상상은 몇 번의 회의를 거치면서 강을 원래대로 두자는 의미의 <江 , 원래> 라는 재미있는 이름으로 자리를 잡아갔고, 기획의 틀도 잡혀갔다. 우리의 목표는 일단 영상을 제작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초반에 세웠던 계획은 크게 '강과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10개 정도의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4대강 공사 지역인 남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각각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 보자라는 기획과, 그 외에 4대강을 둘러싼 중요한 주제들인 정치, 경제, 개발과 보존, 환경, 노동을 담을 수 있는 기획 두 가지로 갈무리 되었다. 기획서가 나왔고, 이제는 만드는 일만 남아있는 것이었다.
모두가 예상하듯이 난관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누구도 쉽게 영상을 만들자고 지를 수 없었던 것도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제 드디어 시작! 영상 제작에 앞서서 우리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마감을 정하는 일이었다. "모든 일은 마감이 한다."라는 진리를 우리라고 피해갈 수 있겠는가. 우리는 2011년 3월 말,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江, 원래 프로젝트>를 처음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그렇지만 10개나 되는 제작 프로젝트의 일정을 맞추고 조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운영팀'을 따로 꾸려서 제작 전반에 대한 논의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인디보와 푸른영상이 주축이 되어 크게 운영과 제작 양쪽을 담당했다. 그리고 각 프로젝트의 감독들은 열심히 촬영을 하고 말이다.
한쪽에서는 예산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다. 시민단체와 결합하여 모금을 하기도 하고, 후원을 적극적으로 조직하기도 했다. 초반부터 예산이 넉넉하게 확보된 것은 아니었으나 우선은 <江, 원래 프로젝트>를 알려가면서 예산도 서서히 확대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각 프로젝트 팀별로 기획서와 구성안, 예산서 등이 제출되고 운영팀에서는 이를 토대로 전체 프로젝트를 조율했다. 그러는 사이에 첫 번째 가편 시사가 다가오고 있었다.
2010년 2월 14일 대망의 첫 번째 가편시사. 처음이니만큼 촬영분을 가져온 이들도 있었고, 구성안을 가져온 이들도 있었다. 어떤 식으로 영상을 만드는 것이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가편 회의가 진행되었다. 4대강 제작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미디어 운동 진영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경단체 등 다른 운동 분야와 네트워킹을 적극적으로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녹색연합의 4대강팀과 만남을 가졌고 녹색연합의 활동가 역시 생태 부분을 담당하는 것으로 강원래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다. 그리고 4대강과 관련한 영상을 만들어오고 있던 개인 활동가도 결합하여 주체의 충원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기획된 영상들은 총 7개의 작품이었다. 여기에 더해 푸른영상의 작가들이 '강'을 주제로 한 짧은 단편을 제작하기로 하면서 총 9개의 작품이 기획되었다. 여러 가지 상황에 의해 주제가 변경된 경우도 있고 멤버들의 조정도 약간씩 있었지만 작품들은 3회에 걸친 가편회의를 거치며 완성되어 갔다.
그리고 드디어 3월 말 인디다큐페스티발에 맞추어 3분에서 20여분에 이르는 7개의 4대강 영상들이 완성되었고, 3월 말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이 작품들이 상영되게 된다. <농민 being>(박명순), <죽지 않았다>(김성만), <땅>(강세진), <강에서>(이동렬), <비엔호아>(박배일), <저문 강에 삽을 씻고>(김준호, 박채은), <강길>(이동렬) 총 7작품이었다. 애초에 기획되었던 작품보다 적은 수의 작품이다. 2011년 5월 현재도 다른 에피소드들은 제작 중에 있다.
▲ <죽지 않았다> 김성만(왼쪽), <농민 being> 박명순(오른쪽) |
인디다큐페스티발을 시작으로 <江, 원래 프로젝트>는 많은 곳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환경영화제에서 관객들과 만남을 가질 것이다. 그렇지만 강원래는 영화제 뿐 아니라 지역 곳곳에서의 공동체 상영을 통해 상영 기회를 더 확대하려고 한다. 공동체 상영은 무엇보다 작은 공간에 모여 4대강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영화가 실질적으로 4대강 사업을 막는 데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江, 원래 프로젝트>를 통해 얻고 싶은 것이다. 그렇기에 아주 작은 곳, 적은 인원이 모인 곳에서라도 강원래 프로젝트가 상영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이것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강원래 프로젝트는 곧 기획 상영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온라인 상영 등 가능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할 생각이다.
▲ <강길> 이동렬(왼쪽), <비엔호아> 박배일(오른쪽) |
4대강 사업은 그동안 속도를 최대한으로 내며 열심히 달려왔지만 공사가 완성되기도 전에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얼마 전의 구미에서의 단수 사태뿐만 아니라 준설로 인한 수심의 급격한 변화로 제방이나 댐이 무너지는 일들도 일어나고, 기껏 준설을 해 놓은 곳에 다시 모래들이 쓸려들어와 다시 모래를 퍼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6월을 완공 시점으로 발표했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문제를 보아서는 6월 완공은 어려운 상태이다. 그리고 곧 장마철이 다가온다. 그렇기에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아마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여전히 강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 아무 것도 끝나지 않았다. 체념해 버리기엔 너무 이른 것이다.
요즘 상영을 하러 다니면 관객들로부터 "우리가 4대강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우리의 대답은 우선 이것이다. "일단 강에 가보라." 지금 파괴되고 있는 강이든, (얼마 남지 않았지만)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강이든, 일단 가보면 모든 게 달라진다. 이 사업이 얼마나 미친 사업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의 대답은 이것이다. "강원래 프로젝트를 보고, 4대강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자. 그리고 지금 당신이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고민하자" <江 , 원래 프로젝트>는 현재 두 번째로 공개될 에피소드들을 제작하고 있는 중이다. 강원래를 통해 아직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강의 이야기를 함께 공감하고 고민할 수 있는 이들이 더 많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 4대강 살리기 옴니버스 프로젝트 <江 , 원래> |
□ 공동체 상영 문의
다음 카페 cafe.daum.net/free4river / 메일 free4river@gmail.com
□ 영화 예고편
http://www.youtube.com/watch?v=a0TLbwciDBc&feature=player_detailpage□ 후원 계좌
국민은행 209701-04-308799 이하연
[필자 소개] 나비 황새울 방송국 "들소리"로 처음 미디어 운동 영역에 발을 디딘 후 여성영상집단 반이다로 활동하며 <개청춘>, <송여사님의 작업일지>를 만들었다. '감독님'이라고 불리던 어색한 시간을 지나 다시 새롭게 활동가로서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현재 <江, 원래> 프로젝트와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사무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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