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3일 일부 언론사 외교안보 담당 논설위원과 비공개 오찬에서 나눈 대화록을 뒤늦게 공개하고 나섰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20일 "참석자들이 대화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참석자들이 잘못 전언한 일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이번 일은 <문화일보>가 불확실한 전언을 무책임하게 보도하면서 시작됐고 대부분의 언론이 자의적인 해석을 추가해 확대시켰다"고 언론을 비난하며 대화록을 공개했다.
하지만 해석상의 차이는 몇 군데 보였지만 청와대의 이날 공개 내용과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은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론스타 문제는 누가 뭐래도 정책적으로 오류가 아니다. 게이트도 될 수 없다"는 등의 새로운 발언과 대통령이 국회에 대한 강한 불신과 불만을 드러낸 사실이 공개됐다.
"작년엔 비정규, 영세자영업자도 소득 5.7% 늘었다"
홍보수석실은 언론들이 "대통령이 '참여정부는 잘못한 거 없다. 국정과제를 뽑아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 왔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한번 꼽아보라'고 말했다고 보도해 독선과 오만의 이미지를 덧씌웠다"고 주장했다.
홍보수석실에 따르면 대통령은 그렇게 말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불경스럽게 보일까봐 물어보지 못한 것이 있는데 '참여정부가 뭘 잘못했나?'라는 질문"이라며 "이 사람 저사람 기분 나쁘게 한 것이 있지만 그것은 본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또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양극화 문제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다음 정권에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오히려 대통령은 "본질의 문제에 있어서 내가 경제를 망쳤냐"라며 "작년에 이 분들(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도 5.7% 소득성장이 있었지만 고소득층의 성장이 빨라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강조했다. 홍보수석실은 이에 대해 "민생을 해결하지 못해 송구스럽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대통령은 열심히 하는데 국회가 문제"
또한 홍보수석실은 "(사실상) 내 임기는 끝났고 개혁은 어려우니 남은 기간 동안 기존 정책들을 관리만 할 생각"이라는 대통령의 발언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홍보수석실은 "대통령은 '내 임기는 끝났다'는 발언은 하지 않았고 오히려 국회가 개혁입법을 처리하지 않는데도 낮은 지지율 때문에 여론의 압력이 없는 점을 걱정하면서 지지율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홍보수석실은 "대통령은 오히려 '전직 대통령들처럼 임기 말에 무너지지 않을 것이고 임기 말 국정의 공백이 생기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국정수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지만 "지지율 19%는 이전 대통령보다 높은 것"이라는 등의 발언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리고 홍보수석실은 대통령의 국회 비판 발언을 자세히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정부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하는데 국회가 해줘야 할 일은 한 발짝도 못나가고 있다"며 "정부가 국회에 올려놓은 법안만 200여 개나 된다"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경제성적은 곧 다음 정부 2년의 경제성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은 자신 있다"며 "앞으로 이렇게 관리는 하겠는데, 개혁은 힘들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소개됐다.
홍보수석실은 언론들이 "대통령이 '주변 사람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요지의 푸념을 했다고 써서 마치 대통령이 국정에 대한 장악력을 모두 상실한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국회의 '태업'에도 불구하고 '장관과 공무원들이 국정시스템을 정상적으로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며 "또 인사, 평가, 지휘, 통제 시스템이 완벽하게 개혁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대통령은 언론에 대한 불만도 강하게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내 생각엔 정부에 대한 언론의 평가 잣대가 높아서 도저히 못 맞추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보수언론은 권력화를 넘어 아예 정권교체 투쟁을 하고 있다"며 "진보언론은 재정제도나 국민연금 같은 중립적 정책은 국가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인데 그것을 던져버린다"고 좌우 양쪽을 다 공격했다.
"성인 오락실 부끄러운 일 없고 론스타는 정책적 오류도 아니다"
대통령은 "지금 문제가 되는 부분이 성인오락실, 문화상품권인데 그것은 재임 기간 중에 일어난 일"이라고 시인하면서도 "정책적 오류 말고는 국민들한테 부끄러운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론스타 문제에 대해서는 정책적 오류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실무선에서 무슨 부정이 개입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건 누가 뭐래도 정책적으로 오류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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