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 지하수에서 나온 발암물질이 인천 부평의 '캠프 마켓' 지하수에서도 검출됐다. 이로써 캠프 캐럴에 매립돼 있다 1979~1980년 사이 어디론가 반출된 화학 물질이 캠프 마켓으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간 환경단체들은 행방이 묘연해진 캠프 캐럴의 드럼통들이 부평의 캠프 마켓으로 반출됐을 가능성을 유력하게 제기해 왔다.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홍희덕 의원(민주노동당)이 공개한 캠프 마켓의 '2단계 환경기초조사 결과 요약보고서'를 보면, 트리클로로에틸렌(TCE)과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 등 기준치를 초과한 발암물질이 캠프 마켓의 3개의 지하수 관정에서 검출됐다. TCE와 PCE는 지난 2003년 공주대에서 실시한 캠프 캐럴의 지하수 조사에서도 발견된 발암 물질이다. 당시 캠프 캐럴에서는 기준치의 31배, 33배의 TCE와 PCE가 검출됐었다.
캠프 마켓에서 실시된 이 조사는 부평구가 실시한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조사의 후속 조사로, 환경부 산하기관인 환경관리공단이 2008년 12월부터 1년간 진행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하수 조사는 기지 내 총 9개 지점에서 18개 시료를 채취해 이뤄졌으며, 조사 결과 기지 북측 2개 지점에서 TCE가 검출됐다. TCE의 농도는 기준치(0.03㎎/ℓ)를 웃도는 0.081㎎/ℓ, 0.039㎎/ℓ였다.
PCE는 기지 동쪽 1개 지점에서 검출됐고 농도는 기준치(0.01㎎/ℓ)의 2배를 웃도는 0.023㎎/ℓ로 나타났다. TCE와 PCE는 맹독성 발암물질로 지하수 관정에서 기준치 이상의 TCE가 검출될 경우 이용을 중지하고 재검사를 해야 한다.
벤젠과 총석유계탄화수소(THT)도 기준치 이상으로 나왔다. 환경관리공단은 "벤젠과 THT는 유류 오염 토양에 의한 영향으로 판단되지만, TCE와 PCE 오염은 명확한 원인자를 규명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홍희덕 의원은 "최근 공개된 미군 보고서에서 드러난 것처럼 과거 캠프 마켓에서 맹독성 화학 물질을 폐기했기 때문에 이 일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암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미 언론인 안치용 씨가 지난 24일 공개한 미 육군 공병단 보고서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1989년 캠프 마켓에서 독성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PCBs) 448드럼을 한국 처리업자를 통해 처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칠곡의 캠프 캐럴에서 반출된 것으로 알려진 제초제 등의 화학 물질이 부평 캠프 마켓으로 옮겨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녹색연합은 24일 논평을 통해 "드럼통의 이후 행적으로 가장 유력한 곳은 캠프 마켓으로의 이동 매립 혹은 처리"라며 "반환예정지인 캠프 마켓은 군수지원 창고의 기능을 하며 폐차장, 가구 폐기물 매립장 등을 갖추고 있어 이 매립장에 함께 묻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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