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BC 사태를 보면 1~2년 전 KBS 사태가 생각난다. 그보다 더 악질인 것 같기도 하고. 꼭 그런 걸 배워야 하나."(언론노조 KBS 본부 공보위 간사)
"남북간 있다는 핫라인이 여의도 방송사 사장들 사이에 생겼나보다."(박중석 언론노조 민실위 위원장)
요즘 MBC와 KBS에서는 <PD수첩>과 <추적60분> 등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PD들이 징계와 강제 발령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MBC 사측은 시사교양국장의 지시에 불응하고 조직의 기강을 문란케 한다며 시사교양국 소속 이우환 PD, 한학수 PD를 비제작부서에 강제 발령내고 김동희 PD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KBS에서도 시사 PD에 대한 징계가 확정됐다. KBS 사측은 16일 <추적60분> 제작진들이 지난해 말 '4대강' 편 불방에 항의하는 현수막을 걸었다는 이유로 강희중 CP에게는 '견책', 김범수·임종윤 PD에게는 '경고'의 징계를 확정했다.
전국언론노조와 언론 관련 시민단체로 구성된 'PD수첩 사수와 언론자유 수호 공동대책위원회'는 17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시사보도 프로그램과 제작 PD들의 현실을 되짚는 '이명박 정권의 시사보도 탄압과 대응 토론회'를 열었다.
"제작 PD에게 '영업 뛰라'는 회사…유례 없는 징계에 인사팀도 당혹"
강지웅 언론노조 MBC 본부 사무처장은 강제 발령 이후 이우환 PD의 이야기를 전하며 말문을 열었다. MBC의 용인 지역 부동산을 관리하는 자회사 '용인드라미아'로 발령난 이 PD와 제작 기능은 없는 경인지사로 발령난 한학수 PD는 일단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발령지로 출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지웅 사무처장은 "이우환 PD를 어제 만났더니 자회사 사장이 '초등학생들이 용인드라미아에 와서 관람도 하고 사업도 해야하니 이제 영업을 뛰라'고 했다더라"며 "프로그램 제작만 알던 PD들을 그런 부서로 발령 낸 것 자체가 충격이고 이 PD도 비감하다며 폭음을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이 PD와 함께 취재하던 김동희 <PD수첩> PD가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된 것을 두고는 "들은 바에 의하면 실무 담당자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한다"며 "이제껏 사원이 '지시불이행'으로 징계를 받은바 없고 비록 사규에는 있다고 해도 군대도 아닌데 과연 무엇을 이유로 징계를 해야 하는지 당황스러워 한다"고 전했다.
성재호 KBS 공보위 간사는 "이번에 <추적60분> PD들이 징계를 받은 것은 사무실에 현수막을 붙였고, 이를 떼라는 당시 이화섭 시사제작국장의 지시에 불이행 했다는 황당한 이유"라며 "이미 KBS에서는 공정방송 투쟁으로 징계를 받은 사람이 100여 명에 이르러 사실 사내에서는 무감각해지거나 징계위가 조롱의 대상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4년차, 갈 수록 '권력형 주제' 줄어"
그러나 이미 지난 3년 여 간 언론인의 징계와 강제 발령은 물론 해고까지 반복되어 왔던 탓인지 이번 <PD수첩> 사태에 대한 여론의 반향은 아직 그리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 초기에는 이런 일을 한번도 겪어보지 않아 당혹스럽더니 그 이후로는 그 어떤 싸움을 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무기력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느냐가 고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추적60분>과 <PD수첩> 과 같은 시사 프로그램이 갈수록 연성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았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2월 25일부터 2011년 2월 24일까지 3년간 이들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총 143회를 방송한 <추적60분>은 171꼭지의 주제를 보도했는데 비리나 구조적 문제 등 권력형 주제를 다룬 보도는 67건으로 비권력형 주제 104건 보다 적었다. 특히 시기별로는 이명박 정부 3년차에는 권력형 비리를 다룬 주제가 줄어들고 사건 사고 보도가 늘어나는 흐름이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에는 청와대에 대한 보도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MBC <PD수첩>은 3년 간 총 212건의 아이템을 보도했고 권력형 주제가 108건으로 103건에 걸쳐 다뤄진 비권력형 주제 보다는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시기가 갈수록 권력형 주제를 다루는 비율이 낮아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동준 실장은 "시기별로 보면 권력형 주제를 다룬 사례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권력형 주제는 취임 첫 해 58.9%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2년 차에는 48.8%, 3년차에는 44.1%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권력형 주제에 월등히 많은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은 제작진의 의지와 노력이 드러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권력형 주제에 대한 취재가 감소하는 경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집요하고 계속적으로 유지된 <PD수첩>에 대한 탄압이 결실을 맺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김유진 사무처장은 각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 외에 뉴스 보도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이 정부 들어 <PD수첩>과 <추적60분>만 두들겨 맞는 것은 그만큼 해야할 의제를 다루려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시민사회가 현업 언론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강도 높은 투쟁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해야할 보도는 지켜내는 '보도투쟁'이다. 과연 보도 부문에서는 어떤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일침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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