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의 관절을 동시에 떠는 '깝춤'을 춘다고 해서 '깝권'이라는 별명이 붙은 조권은 다른 아이돌 가수들을 모두 제치고 100m 달리기에서 우승하면서 세계기록 보유자 우사인 볼트의 이름을 따 '깝사인 볼트'라는 별명도 생겼다. 게다가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 달리는 주법이 200m 달리기의 전설 마이클 존슨과 비슷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깝사인 볼트'라는 별명을 얻은 가수 조권. ⓒ뉴시스 |
무엇보다 재미를 위한 무리한 설정이 없어서 좋았다. 분명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기획한 것 같은데 룰은 육상선수권대회 그대로였다. 100m 달리기, 110m 허들, 400m 계주, 멀리뛰기, 높이뛰기, 투창 등 선수들만 아이돌 가수들이었지 한 편의 스포츠 중계와 다름없었다. 아이돌들도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도 좋았다. 과거 일요일 아침 인기 프로그램이던 '명랑 청백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시청자들도 호평을 쏟아냈고, MBC는 설 연휴에도 '실내육상'에 수영까지 추가해 다시 특집을 편성했다.
'대박'과 '베끼기'
이른바 '대박'이 터지자 KBS가 따라하기 시작했다. 설특집으로 '연예인 복불복 마라톤대회'를 열었다. 그런데 뛰는 도중에 식혜 사이에 섞어 놓은 소금물, 퀴즈 맞추기 등등 곳곳에 배치해 둔 '복불복'이 스포츠의 감동을 떨어뜨렸다. 영하 10도가 넘는 맹추위라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지 않은 제작진의 실수를 감안하더라도 프로그램은 예능도 아니고 스포츠도 아닌 어정쩡한 프로그램이 돼버렸다.
최근에는 <스쿨 버라이어티 백점만점>을 '전국 아이돌 체전'으로 재편성해 매주 체육대회를 열고 있다. 윗몸일으키기, 턱걸이 같은 '체력장' 종목에 팔씨름, 엎드려 상체 높이 들기, 피구 등 갖가지다. 수많은 기획사들이 소속사 아이돌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선수'들을 공급해준다. 어떤 아이돌들은 노래와 춤만 아니라 본격적으로 '체육 훈련'을 받는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이렇게 아이돌들이 운동장과 체육관을 누비는 사이 주목할만한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아주대 김민규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연예인의 경우 연예활동으로 인해 학교 수업을 빠진 경험이 8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수 학생'에서 '학생 선수'로
사실 요즘 아이돌은 기획사의 연습생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어릴 때부터 장기간 훈련을 받는다. 조사에 따르면 연습생의 70%가 청소년들이라고 한다. 연습생 기간도 평균 15개월 정도라고 한다. 연습생 시절에는 주로 야간에 훈련을 받는다지만 방송에 데뷔해 출연 기회라도 잡으면 교실을 비울 수밖에 없다.
반대로 학교 수업은 뒷전이고 운동만 하던 학교 체육 선수들은 교실로 돌아가고 있다. "운동기계를 만든다"는 사회적 비판이 높아지면서 축구와 농구는 '학습권 보장' 차원에서 2008년부터 주말리그제를 도입했다. 현장에서의 반응도 좋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학교 지도자 82.4%, 학부모 81.9%가 주말리그제에 긍정적인 평가를 냈다고 한다. 반응이 좋으니 야구도 올해부터 주말리그제를 도입했다.
이와 같은 사회의 긍정적 변화의 흐름에 연예계가 역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공영방송이 오히려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대목이다. MBC <위대한 탄생>에는 맑고 고운 미성의 어린이들이 여럿 도전했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인 김윤아는 외쳤다. "어린이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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