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4일 증권선물거래소 감사 내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당 노조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켜 최근 낙하산 인사 파동의 첫 테이프를 끊다시피 한 김영환 회계사가 자신의 선임을 반대하는 해당 노조를 강력히 비판하는 한편 자신이야말로 거래소 감사로 적임자임을 주장했다.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강금실 열리우리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 몸을 담았던 386 운동권 출신의 김 회계사는 16일 <머니투데이>에 기고문을 실어 "자신은 충분히 자격을 갖춘 인사라며 정치적 인사 개입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현재 증권선물거래소 감사 추천위원회는 지난 달 24일과 지난 10일 연달아 회의를 열었지만 감사 후보를 확정짓지 못하고 일단 연기 해놓은 상황이다. 거래소 노조 역시 "전문성도 없는 낙하산 인사인 김 회계사가 감사에 선임되면 즉각 파업에 돌입한다"고 벼르고 있지만 김 회계사는 후보 사퇴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나는 금융감독 당국과 유기적 협력의 적임자"
김 회계사는 <머니투데이> 기고문에서 "장차관급, 최소한 1급 관료 출신의 전문가들이 선임되는 자리에 거래소 팀장급 경력도 못 갖춘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온다"고 반대한 노조를 대해 "고객 무서운 것 모르고 경쟁 무서운 것 모르는 고인 물과 같은 공급독점기업 문화의 악취가 강하게 풍겨져 나온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노조위원장은 저를 보고 '증권시장 경험이 전무하다'고 말했다"면서 "공인회계사는 중요한 증권시장 관계자인데 경력 10년차의 공인회계사를 보고 증권시장 경험이 전무하다고 말하는 것은 전체 공인회계사들에 대한 모욕이자 증권시장의 작동 메카니즘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발언에 불과하다"고 자신이 유자격자임을 주장했다.
또한 그는 "특히 지금의 거래소처럼 현상유지보다는 심각한 혁신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혁신을 향한 강력한 의지를 갖춘 사람 및 그 조직의 주류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이 반드시 참여하여야 한다"며 자신 같은 외부인사 투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이사후보추천위원장인 권영준 교수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 개선과제'로 열거한 내용 중의 하나가 '거래소 사업본부 및 금융감독 당국과의 유기적 협력'"이라며 "저는 인사문제도 그 한 부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력을 갖춘 자신이 외부 기관과 유기적 협력의 적임자라는 주장인 셈이다.
그는 "정부가 적절한 인사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특히 동북아 금융허브 육성과 관련하여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의 혁신이 요구되고 있으며, 3개 거래소가 통합되어 출발한 거래소의 새로운 진화가 필요한 시점이므로 정부의 고민은 더욱 클 것"이라고 자신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추천된 이른바 '낙하산' 인사이을 사실상 인정했다.
청와대 "우리는 몰라"
하지만 김 회계사의 이같은 주장은 청와대의 그것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태호 대변인은 수 차례에 걸쳐 "거래소 감사 인사는 감사추천위원회에서 하는 것이지 우리하고 무슨 관계가 있냐"며 "그런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 대변인은 정부 투자기관등 공기업의 이른바 '낙하산' 인사의 정당성을 옹호하면서도 김 회계사는 논외로 쳤다.
정 대변인의 이같은 주장은 증권선물거래소는 증권회사들이 출자해서 설립한 기관으로 정부가 투자하거나 출자한 기관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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