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물의 도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물의 도감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18> 신용목 시인

ⓒ한금선

엎드린 짐승의 등을 파고 한 그루 나무를 심었다
일어서 달리기 위하여,
푸른 눈이 단풍으로 타오를 때까지 붉은 깃털이 낙엽으로 휘날릴 때까지

나는 너덜거리는 그림자를 달고 폭우 지나간 창틀 유리의 안쪽을 닦는 자

그리움은 언제나 맨 위쪽에 있거나 아래쪽에 있어
수도꼭지를 틀면 쏟아지는 번개이거나 천둥이거나

문득, 사라지는 것들에게 더 맑은 눈을 달아주기 위하여 둥글게 그려놓은 바닥은 어둠처럼 깊었다

짐승의 등을 파고 나무를 심었다, 움직이는 푸른 숲으로 녹음을 인 붉은 무리로
물은 일어서기 위해 나무를 키우고
물은 달리기 위해 짐승을 기르지만,

톱날의 갈퀴가 꽃으로 피는 벌목의 화원에서
터지는 물의 검은 비명들―총구의 부리가 날젖을 빠는 사냥의 공원에서
심장을 가진 나무 혹은 잎을 피운 짐승,
인간이 토해놓은 노을처럼

애초에 나는 흐린 피를 물려받았으므로
아무렇게나 고인 웅덩이와 몸을 바꿨다,

바닥에서 서서히 감기는 눈망울처럼
몸의 둘레가 벗어놓는 자리마다 너덜하게 새겨지는 그림자 그 얼룩으로 지워지며,
나는 뿌연 창의 안쪽에서 폭우를 기다린다

바위에 접붙인 아이들이 일제히 울음을 터뜨릴 때까지
울음을 매달고 자라는 아이들이 바위를 깨뜨릴 때까지

▲ <강은 오늘 불면이다>(강은교 외 지음, 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아카이브 펴냄). ⓒArchive
그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파괴'의 현장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기록했을까.

이제는 막바지로 치달은 4대강 사업에 관한 세 권의 책이 출간됐다. 고은 외 99명이 쓴 시집 <꿈속에서도 물소리 아프지 마라>(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이하 아카이브 펴냄), 강은교 외 28명의 산문집 <강은 오늘 불면이다>(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성남훈 외 9명이 참여한 <사진, 강을 기억하다>(이미지프레시안 기획)가 그것들이다.

저자와 출판사의 동의를 얻어 문인들과 사진가들이 기록한 '강의 오늘'을 <프레시안> 지면에 소개한다. 오늘도 포클레인의 삽날에 신음하는 '불면의 강'의 이야기는 한 달여 동안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편집자>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