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구 |
너무 고요해져서 나는 내가 두렵다
나는 나의 아래로 길을 찾아 느리게 흘러간다
세상의 저 많은 슬픔이나 상처들을 어루만지며
날마다 골고루 해가 비치듯이 날마다 밤마다
보이지 않는 힘에 떠밀려
속속들이 나를 씻으며 나아간다
나는 산에서 태어나 자라고 팔뚝이 굵어져서
이 골 물 저 골 물 보태 소를 만들어 머물거나
때로는 사나워져 선 채로 눈 부릅떠 달려 내려오기도 하고
한때는 젊은 혈기 추스르지 못해
곤두박질 떨어지는 폭포가 되어 요란스럽기도 했지만
강가에 나와 울음 우는 사연들
보듬고 다독거려 댐으로 가두어놓기도 했지만
바쁘게 가는 일도 다 부질없다고 생각하면
이토록 잠잠해지는 것을
어느덧 풍진에 부대끼며 돌고 돌아 나이가 들어
이리 낮은 데로 내려앉아 바라보고만 있느니
웬만한 풍경에는 쉽게 눈길이 머물지 않아
무덤덤하게 지나쳐버린 지 오래
어떤 새로운 것도 길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깨우치고 터득한 지도 오래
길이 모든 발자국 지워버린 지도 오래
나는 바다에 이르러 더 큰 세상에 갇히고서야
비로소 나에게 날개가 돋는다는 것을 안다
그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파괴'의 현장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기록했을까. 이제는 막바지로 치달은 4대강 사업에 관한 세 권의 책이 출간됐다. 고은 외 99명이 쓴 시집 <꿈속에서도 물소리 아프지 마라>(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이하 아카이브 펴냄), 강은교 외 28명의 산문집 <강은 오늘 불면이다>(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성남훈 외 9명이 참여한 <사진, 강을 기억하다>(이미지프레시안 기획)가 그것들이다. 저자와 출판사의 동의를 얻어 문인들과 사진가들이 기록한 '강의 오늘'을 <프레시안> 지면에 소개한다. 오늘도 포클레인의 삽날에 신음하는 '불면의 강'의 이야기는 한 달여 동안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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