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와 의회가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처리 이후에도 안정을 찾지 못한 금융시장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와 한나라당만이 한미FTA 비준에 여념이 없는 모양새다. 하지만 한나라당 지도부 내에서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이 적지 않았다.
6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기획재정부 임종순 FTA 국내대책 본부장이 나와 농어촌 대책 등을 보고했지만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몇몇 지도부로 부터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한나라당에서 나온 대안도 '홍보 만화 제작', '농어촌 뉴타운 건설' 수준에 불과했다.
"이런 식으로 200조 원을 쏟아 붓는다고 해도 똑같은 상황일 것"
기존의 대책을 되풀이한 임 본부장은 박희태 대표와 함께 충북 제천, 단양 출신인 송광호 최고위원에게 맹공격을 당했다. 21조 원의 투,융자 지원 등의 방안을 담은 정부의 한미 FTA 농어촌 후속 대책이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다.
임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향후 10년간 2017년까지 21조 1000억 원 수준을 농어촌에 지원할 것"이라며 "2008년 예산에도 1조 원이 반영되어 있고 새 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여건에 맞춰 추가대책을 마련하고 기존대책을 지속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 본부장은 "다만 기존의 119조 지원 계획과 일부 중복된 것이 있어서 총액 기준으로는 21조1000 억 원이 추가지원되지만 실질적으로 8조3000억 원이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임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피해 보전 위해 1조3000억 직접 지원 △농촌지역산업 강화 및 농공단지 확대 △한우 생산성 향상 및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 확대 △종합지원센터 설립으로 컨설팅 제공 및 수출 품목 지원 강화 △식품산업육성 및 식품산업진흥법 제정 △홍보 활동 강화 △FTA활용 종합지원포탈 구축 등을 내놓았다.
하지만 송광호 최고위원은 "예산이 21조 들어가 본들 뭐하나. 21조 들어가고 난 뒤에도 5년뒤 농어촌 부채는 그대로일 것"이라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정책을 세우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농공단지를 확대한다고 하는데 지금 현재 농공단지도 텅텅 비어있다"고 말했다. 또 "식품제조업 육성한다고 하는데 농촌에는 재정이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허태열 최고위원도 거들었다. 그는 "기획재정부가 농촌을 잘 모른다. 이런 식으로 200조 원을 쏟아 붓는다고 해도 똑같은 상황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화책 만들어라"
하지만 결론은 '홍보강화'로 귀결됐다. 송 최고위원은 "정부에서 홍보노력이 아주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도 "정부가 홍보를 잘 하라"고 강조했다.
송 최고위원은 "지금 대책을 보니까 여러 방면으로 되어 있는데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라며 "농민들이 이번 한미 FTA 비준에 따른 보상대책이 무엇인가, 한마디로 좀 알아들을 수 있게 내놔야 하지 않나"고 말했다.
박 대표도 "정부의 자료는 정책부서별로 대책을 정리해놓은 것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자료로는) 수요자들이 알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 우리가 홍보를 하도록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허 최고위원은 "이게 공무원들도 읽기 어려워서 홍보자료로 해서 뿌린들 소용이 없다"며 "만화로 만들든지 해서 농민이 알아들을 수 있는 대책만 넣어 다시 만들라"고 말하기도 했다.
허 최고위원은 "농촌에도 뉴타운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농외 소득이 중요하다. 지금 농촌에 가구가 전부 흩어져 있는 상황에서 세탁소가 되느냐 비디오 가게가 되느냐"며 "흩어진 농가를 합쳐 뉴타운으로 하고 기존에 농가가 있던 자리는 논밭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타운의 전국화를 주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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