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9일 기자회견 중 전시작전통제권 분야에 대해선 여야 간 공방이 뜨겁고 언론들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인 결과 오는 17일 국회 국방위가 소집됐다. 하지만 한미 FTA 분야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반응이 미약한 상황이다.
다만 민주노동당이 10일, 논평을 내고 노 대통령의 한미FTA에 대한 발언을 반박했다.특히 민노당은 '3권분립'을 명분으로 한 노 대통령의 '통상절차법 제정 반대' 의견에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 "통상절차법은 국회가 체결권 가져가는 것"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3권분립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행정부에 기울어져 있는 권력을 보다 균형 있게 하는 것이 법안의 역할"이라며 "지금 과연 국회와 행정부가 3권분립 하에서 동등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박 대변인은 "통상절차법이 통과되면 대통령이 거부권이라도 행사하겠다는 태도야말로 국회의 기능과 권능을 무시하고 국민들의 알권리를 부정하는 태도이며 3권분립에 대한 도전행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노당 권영길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 통외통위에 계류 중인 통상절차법안은 현재 법률로 보장되어 있는 국회의 '비준동의권'에 더해 '협상 시작 전 협상 추진에 대한 동의권'과 '체결 전 동의권'을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통상절차법을 하겠다면 국회가 협상하겠다는 얘깁니까. 국회가 협상합니까"라며 "정부(의 협상권)를 지나치게 침해하고 일종의 외교권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3권분립 원칙에 따라 처리되어야 한다"며 "조약 체결권을 국회가 갖고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국회가 조약체결권을 가져가면 3권분립에 위배되니 통상절차법은 안 된다'는 노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
與의원도 노 대통령 주장 공박…"대통령이 협소하게 이해"
현재 6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인 통상절차법안은 헌법 제60조 1항에 근거하고 있다. 이 조항은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 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국회는 조약 체결과 비준 둘 다에 대해 동의권을 갖는다는 말이다.
반면 조약 체결과 비준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은 헌법 제73조에 규정되어 있다. 헌법 제73조는 "대통령은 조약을 체결·비준하고, 외교사절을 신임·접수 또는 파견하며, 선전포고와 강화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우리 헌법은 대통령의 조약 체결 및 비준권을 보장하는 대신 그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을 명시해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토록 해 3권분립을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통상절차법으로 국회가 조약 체결권을 가져가려 한다"는 대통령의 주장은 '몰라서' 혹은 '의도적'으로 권력분립 관계를 오해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은 것이다.
이에 대해 통상절차법 제정에 동의하고 있는 율사 출신의 한 여당 의원은 "(헌법상) 조약 체결 과정에서부터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것이고 행정부가 조약체결의 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고 노 대통령의 주장을 완곡하게 반박했다.
이 의원은 "노 대통령은 동의권을 협소하게 보고 있지만 사실상 (조약 체결권이) 입법의 한 형태인 이상 무작정 동의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작통권과 FTA 대한 태도 왜 다른가"
또한 박용진 대변인은 "전시 작전권 환수와 관련해서는 미국에 '예, 예'하는 대통령을 국민들이 좋아하겠느냐고 말했으면서 한미FTA 관련해서는 미국에 '예, 예'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대통령의 일관성 없는 태도야말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진보도 이제 좀 달라져야 한다"는 등의 대통령 발언에 대해 "이른바 '진보 진영'을 겨냥해 쓴 소리를 쏟아냈으니 당으로 치면 민노당을 향해 말씀하신 것"이라며 "충고와 조언은 감사하나 대통령 태도부터 바꾸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변인은 '중국의 파격적 양보에도 불구하고 4대 선결조건을 수용하며 미국과 협정 체결을 강행했다'는 10일 <한겨레> 보도를 언급하며 "그 이유는 미국이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고 한국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예, 예'하는 태도로 일방적으로 미국 요구를 수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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