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평론가 진중권 씨는 카이스트에서 연달아 학생들이 자살한 사건을 "시장 만능주의 풍조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규정했다.
진중권 씨는 30일 CBS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한 자리에서 "우리가 자살의 원인을 말할 수는 없겠지만 가장 유력한 가설은 그것(성적의 경쟁이 너무 치열한 것)때문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진 씨는 "지난 5년 동안 8명이 자살을 했고, 특히 올해만 벌써 3명 째"라며 "그렇다면 빡빡한 학사관리시스템이 학생들의 자살을 낳은 가장 유력한 용의자"라고 지목했다.
진 씨는 2006년 취임한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을 두고도 쓴 소리를 던졌다. 그는 "일각에서는 그분을 교육 개혁가라고도 부른다"며 "하지만 내가 볼 때는 교육개혁가라기 보다는 경영개혁가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카이스트 총장에게 결여된 것은 교육철학"
서 총장 취임 이후, 카이스트는 전체 학생에게 지급했던 전액 장학금을 성적순에 따라 성적이 저조한 학생들에게는 지급하지 않았다. 또한 전 학년의 수업을 영어로만 하도록 했다. 진 씨는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그랬다고 하는데, 등록금으로 학생들의 목을 죄는 것이 면학분위기 조성의 방법이라면 단연코 비교육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진 씨는 "이것은 상당히 치사한 것"이라며 "한마디로 교육에 대한 철학이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진 씨는 "학생들을 더욱 잘 가르쳐야 할 학교의 의무를 등록금을 가지고 학생들을 경쟁 속에 몰아넣는, 사실 아주 손쉬운 방식으로 회피해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 씨는 "내가 볼 때는 (서 총장은) 교육개혁가라기보다는 카이스트라는 공기업의 경영을 개혁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그 분에게 결여된 것은 교육철학"이라고 말했다.
진 씨는 현재의 대학 전반적인 상황도 비판했다. 진 씨는 "내가 볼 때는 대학들 스스로 미친것 같다"며 "대학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교육이 아니라 (대학을) 기업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진 씨는 "등록금 받아서 건물 지을 생각하고 땅 살 생각만을 한다"며 "다들 미쳤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진 씨는 "대학이라는 것은 시장과 협력도 해야 하지만 때로는 시장을 견제도 해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 대학이 가장 시장적이다"라고 비판했다. 진 씨는 "요즘 대학 한번 들어가 봐라. 그건 마트지 대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카이스트는 한국 영재교육의 요람으로 고급 과학기술 인재의 양성과 국가 과학기술의 첨단화를 위해 설립된 특수 국립대학이다. 이 같은 영재의 요람에서 지난 석 달 사이 3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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