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무리한 공안수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은 21일 대학생 동아리 모임 '자본주의연구회' 회원을 3명을 긴급연행하고 10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연행한 2명을 23일 오전에 석방하고 나머지 한 명에게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국대학생연합,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2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권은 국면을 전환하고 국민의 눈을 가리고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양심적이고 진보적인 대학생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수행 "독재와 다를 바 없는 한국, 학생들 고민은 당연"
이날 기자회견에는 <자본론>을 번역한 김수행 성공화대 석좌교수가 참석했다. 김수행 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빈민과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고 서민들은 하루를 살아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와중에 어떻게 하면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학생들이 연행되고 압수수색을 당했다"고 개탄했다.
그는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을 이야기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학문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결국 부자와 지배계급들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독재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아프리카와 중동 등에서 기존 독재를 타도하자고 시민들이 나서고 있다. 한국도 여러 부분에서 불만이 속출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사회를 어떻게 만들까를 고민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학생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래군 인권재단사랑 상임이사는 "이번 사건은 과거 국가보안법 사건에 비춰 봐도 현저히 함량 미달의 사건"이라며 "수많은 학생들을 연행하고 압수수색하면서 사건을 만들려 했으나 내용이 없으니 경찰도 당황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아 자본주의 연구회 대표는 "정부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 나가려는 움직임이 두려운 듯하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좀 더 많은 대중과 더 열심히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하고 공부해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권 위기 호도하기 위해 양심적인 대학생 탄압하나"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정권은 자신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공안 사건을 조작해왔고, 대학생들을 희생양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며 "김영삼 정권 말기 한총련에 대한 탄압, 노태우 정권의 유서대필 사건 조작 등이 그렇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일같이 치솟는 물가와 날로 높아지는 실업률 속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도 같다"며 "긴급 체포와 압수수색으로 온 국민 앞에서 공안몰이 쇼를 펼쳤던 이명박 정부의 날조 모략극의 진실이 하나둘씩 눈앞에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자본주의연구회는 2006년부터 대안경제캠프를 개최했던 대학생들의 자율적인 학술단체다. 미국 금융공황, 남유럽 경제 위기, 한미FTA, 무상급식과 복지논쟁 등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 경제위기 등을 주요 주제로 삼았다.
자본주의연구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대안경제캠프에 참여한 대학생은 6000명에 달한다. 서울대, 고려대, 중앙대 등 전국 주요 대학 교수 수백 명이 그동안 연사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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