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재난 상황에서도 침착한 모습을 보였던 일본인들의 민심(民心)이 마침내 폭발했다. 대지진과 쓰나미라는 자연재해 속에서도 차분하게 대처해왔지만, 원전사고란 '인재(人災)' 앞에 분노가 터져나온 것.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고 수습에 잇따라 실패하며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도쿄 도심에서 일본인 수백여 명이 거리 시위를 벌였다. 지난 11일 동북부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 반(反)정부 시위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7일 오후 제한 송전으로 어두워진 도쿄 시부야(澁谷) 거리. 마스크를 쓰고 '원전 반대'와 '간 나오토 퇴진'이란 현수막을 펼쳐든 일본인 400여 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원전 정보를 숨기는 데 급급해 국민들에게 예상되는 피해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며 정부에 불신을 보냈다.
일본에서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없애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간 일본은 원자력 발전에 대해 그 어느 나라보다 호의적이었지만, 이번 후쿠시마 '핵 사태'를 계기로 원전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간 나오토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도호쿠(東北)대학 학생자치회 이시다 마유미 위원장은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을 위기로 몰아넣고도 은폐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간 총리는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학생동맹'은 기관지 '전진(前進)'을 통해 학생과 노동자 360여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일 오후에도 도쿄 요요기공원과 시부야거리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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