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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경제성장은 '만들어진 신화'"

[토론회] 5.16 쿠데타 50년…"이제 박정희를 탈신화화 해야"

'박정희의 그림자'.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박정희 정권이 등장한 지 어느덧 반세기가 흘렀다. 그 사이 군부독재 청산을 위한 민주화의 바람이 일었고 이른바 두 번의 '민주정부' 역시 등장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박정희라는 이름의 견고한 '신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직까지도 일각에선 박정희 정권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향수론'까지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그 '그림자'의 밑바탕엔 경제성장이라는 '신화'가 깔려있다. 경제 발전을 위해선 민주주의를 유보하는 것이 불가피했고, 그것이 후발 산업화국가가 처한 '숙명'이라는 것이다. 이 논리 속에선 헌법까지 뜯어고쳐 장기 집권을 한 독재자도, 민주화의 열망을 틀어막은 국가의 폭력조차도 모두 용인된다.

과연 경제성장을 위해선 독재도 용인될 수 있는 걸까. 5.16 쿠데타 50년을 맞아 14일 '민주·평화·복지포럼(상임대표 이부영)'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쿠데타 정당화론'이 "근거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정희 신화 : "박정희 시대 경제성장은 당시 산업 구조 때문"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박정희 시대의 경제성장은 정치체제가 권위주의여서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이미 산업화에 유리한 구조적 조건이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독재 불가피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임 교수는 "모든 국가주도의 경제가 권위주의적인 것은 아니며, 일본·오스트리아·핀란드의 경우 민주주의 하에서 국가주의적인 경제발전을 훌륭하게 이룩했다"며 "결국 박정희는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위해 권위주의 독재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력을 공고화하기 위해 경제발전을 명분으로 내걸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또 박정희 시대와 대비되는 '민주정부 무능론'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구체적인 수치를 따져보면 권위주의 정권보다 민주정부 집권 당시 경제 성적표가 훨씬 좋았다는 것이다. 그는 "권위주의 시대의 고성장은 만성적인 고인플레, 무역적자를 수반한 데 반해, 민주정부는 1998년부터 만성적 무역적자를 흑자로 전환시켰고, 물가를 안정시켜 저인플레, 고임금, 저실업 고도성장의 패턴을 정착시켰다"며 "경제발전에 있어서 민주주의가 권위주의보다 우월하다"고 설명했다.

경상대 장상환 교수 역시 박정희 정권의 경제성장을 일종의 '신화'라고 분석했다. 그는 "박정희 정권이 경제성장에 엄청난 공을 세운 것이 아니라, 성장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공업화 초기에 집권을 했던 것 뿐"이라며 "그 당시의 경제성장은 박정희의 공이 아닌 시대적인 조건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2007년 11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분향하고 있다. ⓒ뉴시스

박정희 향수 : "우리 삶의 불안정성이 강한 리더십에 대한 향수 낳았다"

박정희 시대 18년 동안 민주주의와 인권이 유린됐다는 비판은 일반적이지만, '신화'는 여전히 견고하다. 서울대 정근식 교수는 박정희 시대에 대한 '향수'의 원인을 △경제성장에 대한 신화 △보수언론의 '박정희 되살리기' △10.26이라는 죽음의 비극적 형식 △민주세력의 분열과 무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그러나 박정희는 자신에게 저항하는 사회운동의 주체를 역사의 주체로 만들었다"며 "현재까지도 박정희의 유령과 싸워야 하는 이 세력이 어떤 대안을 만들어 제시하느냐에 따라 '박정희 그림자'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박정희에 대한 향수는 현재 삶의 불안정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사회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적지 않은 국민이 사회의 주변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삶의 불안정성 때문에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며 "결국 박정희가 옳아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현재의 곤궁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상징되는 박정희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희의 유산 : "노동의 비인간화, 사회 깊숙이 스며든 박정희의 유산"

문제는 박정희 시대의 유산이 추상적으로 존재하는 '향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는 "박정희 정권의 재벌 키워주기 식 경제성장론과 노사간 불균형은 오늘날 심각한 사회 양극화, 자영업자의 몰락, 광범위한 비정규노동자 형성의 원인이 됐다"며 "박정희 시대의 노동탄압과 사회 불균형을 보수정권이 그대로 답습해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지난 2009년 쌍용차 노동자들을 진압하던 경찰의 모습을 보면, 민주정부 10년을 경험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토끼사냥'이었다"며 "박정희 시대 때 공고화된 '노동의 비인간화'를 민주정부 10년의 역사로 덮어버리기엔 이미 우리 사회에 너무나도 강하게 스며든 탓"이라고 설명했다.

만들어진 신화…"'박정희의 그림자'를 걷어내자"

'신화' 극복을 위해선 그를 뛰어넘는 '대안'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공통적으로 나왔다. 김동춘 교수는 "박정희 시대에 대한 청산과 함께 대안이 필요하다"면서 "노동의 인간화와 800만 비정규직 문제부터 해결해야 박정희 모델과의 결별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호기 교수는 "박정희 시대를 넘어서는 것은 박정희 모델보다 나은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데 있다"며 "김대중, 노무현이란 민주정부의 리더십을 계승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진보개혁세력의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장상환 교수 역시 "우리나라는 개발독재 국가에서 곧바로 신자유주의 국가로 전환돼 그 어느 때보다 제대로 된 복지국가의 건설이 필요한 때"라며 "이제 시대적 과제가 되어버린 복지국가를 구상하는 데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치밀함이 요구된다. 그런 면에서 진보진영은 박정희 통치의 치밀성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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