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지진과 쓰나미로 일본 열도가 '아수라장'으로 변한 가운데, 국내에서 지진 대비 구조를 갖춰야 할 시설물의 80% 이상이 내진 설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소방방재청이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에게 제출한 '시설물별 내진실태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 현재 내진 설계가 의무화된 전국의 시설물 107만8072곳 중 87만9771곳(81.6%)이 내진 설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수치는 중국 쓰촨성 대지진을 계기로 정부가 지진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던 2008년 당시의 실태조사 결과(81.6%)에서 전혀 진전이 없는 수준이다.
현행 건축법 시행령은 높이가 3층 이상이거나 전체 면적이 1000㎡ 이상인 건축물에 내진 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 법령을 따른 비율인 '내진율'은 전체 시설물의 94%에 해당하는 일반 건축물(16.3%), 학교(13.2%), 항만(11.1%), 공동구(4.8%) 등에서 매우 낮았다.
특히 재난 발생 시 대피 거점이 되는 학교 시설의 경우, 정부는 2014년까지 18.7%로 내진율을 끌어올리기로 했지만 2008년 이후 수치가 '제자리'였다. 반면, 공항(91.7%)이나 병원시설(89.7%), 도시 철도(77.6%) 등은 비교적 내진 설계가 잘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진 설계는 1988년 6층 이상, 10만㎡ 이상 건축물에 도입됐다가 1995년 5층 이상 아파트, 총 면적 1만㎡ 이상 건축물로 대상이 확대됐고, 2005년부터는 현재와 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과거에 지어져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건축물들은 내진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민간 건물이 내진 보강을 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지진재해대책법 개정안'은 2009년 3월 국회에 제출된 이래 현재까지 계류 중인 상태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최근 지어진 건물도 설계 도면상으로는 내진 설계가 적용됐지만 실제 건축 시에도 그대로 따랐는지 등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현재 관련 예산이 부족해 실행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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