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10분 상봉역을 출발한 경춘선 전철이 10분만에 망우역~갈매역 사이에서 전기 공급이 끊겨 멈춰 섰다. 이 구간 전력공급이 재개된 오전 9시49분까지 4시간 30분 동안 복선으로 운행되던 경춘선 상·하행 운행이 단선 운행으로 지연되면서 이용객들의 혼란이 빚어졌다. 특히 출근 시간대여서 승객들이 인근 버스터미널로 몰려 터미널 혼잡까지 일어났다.
이에 앞서 지난 25일에도 오전 7시 20분께 춘천에서 서울로 향하던 경춘선 급행전철이 청평역에서 고장나 서는 바람에 승객들이 일반 열차로 갈아타는 불편을 겪었었다.
최근 경춘선 전철은 물론 KTX 열차도 사고·고장으로 멈추는 사례가 잦아 이용객들의 불안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1일 광명역 부근에서 탈선 사고가 발생했고, 25일에는 경기도 화성 구간에서 열감지 센서 오작동, 26일에는 경북 김천 부근에서 동력 이상으로 멈춰 서기도 했다.
▲ 지난 11일 탈선 사고 후 복구 중인 KTX. ⓒ연합뉴스 |
특히 26일 고장 발생 후 허준영 사장이 YTN과의 인터뷰에서 "무슨 사고는, 무슨 사람이 다쳤습니까? 좀 이상 신호가 들어오니까 그걸 점검하고 다시 출발한건데, 그걸 가지고 무슨 큰 일 난 것 같이, 그게 그냥 어디까지나 작은 고장인데…"라고 말한 것이 알려지며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트위터 등 각종 게시판에는 "더 큰 걱정은 코레일의 안이한 인식", "한 순간의 사고로 수천의 목숨이 달린 게 철도인데, 이러니 철도를 믿고 탈 수 있나", "경찰청장을 지낸 허준영 사장, 사람이 다치고 죽어야 '아차'할 사람" 등의 비난 글이 쇄도했다.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비전문가 출신인 허준영 코레일 사장이 혹여라도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으로 경찰청장 시절의 사고로 현 상황을 보고 있다면 더 큰 사고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고, 언론들도 허 사장의 인식을 비판하는 기사와 사설을 일제히 실었다.
<문화일보> 김창희 기자는 칼럼을 통해 "열차의 탈선에 정차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최고 책임자가 '사고는 무슨 사고' 식의 발언을 한다면 현장 직원들의 안일과 적당주의는 누가 바로잡아줄지 의문"이라며 "더욱이 20조 원에 달하는 브라질 고속철 시장을 뚫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허 시장의 태도는 마치 너트란 너트는 모두 풀려 탈선할 수밖에 없는 철로를 보는 듯 하다"고 비난했다.
▲ 28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허준영 사장. ⓒ연합뉴스 |
허 사장은 "조금이라도 이상 신호가 있으면 열차를 정차하고 점검한 뒤 운행하는 것이 안전 운행을 위한 정상적인 절차"라고 거듭 강조했다.
허 사장은 "평생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보내왔다"며 "철도안전을 적극적으로 챙겨 앞으로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보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허 사장은 외무고시 출신으로 1984년 경찰에 입문해 2005년 경찰청장을 끝으로 경찰복을 벗었다. 이후 한나라당에 합류해 이명박 후보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뒤 2009년 코레일 사장에 취임했다.
진보신당 강상구 대변인은 "허준영 사장은 2005년 경찰청장으로 있으면서 농민대회 폭력진압으로 고 전용철, 홍덕표 님을 사망케 했었다"며 "경찰청장 시절에는 농민을 죽이고 코레일 사장이 돼서는 철도노조 죽이기에 나서더니 이젠 국민 목숨까지 우습게 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강 대변인은 이어 "코레일 전체 인력의 15%인 5000여 명을 감축하고 유지보수 업무를 외주업체에 넘긴 장본인이 허 사장"이라며 "허 사장이 진심으로 사과를 하겠다면 적정 인원 확보, 외주 업무 직영화 등 유사한 사고가 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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