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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당신은 친구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연극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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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당신은 친구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연극 '아트'

무대가 좋다 시리즈 다섯 번째 공연, 오는 3월 31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3관

무대 위 아저씨들을 보고 있자니 가관도 아니다. 나이가 적은 것도 아니고, 사회적 위치도 제법 있는 양반들이 어찌 저런 행동을. 서로의 뒷담화를 서슴지 않고, 자신들의 생각만을 정당화 시킨다. 초등학생들도 치사해서 안한다는 가족 모욕부터 지난 과거 일까지 끄집어 내 결국 서로 마음에 상처를 낸다. 대한민국 사나이들의 소심한 치기가 무대를 감싼다. 관객들에게는 돌아가면서 하소연하기까지 이른다. 이 아저씨들의 싸움은 지나치게 유치하다. 20년 지기 세 친구, 이 아저씨들의 우정은 대체 무엇이었단 말인가.

▲ ⓒNewstage

늘 그랬듯 싸움 구경은 재밌다. 당사자들의 언성이 높아지고 몸짓이 과격해지며 그들의 화가 더해질수록 보는 이는 웃기다. 그 어떤 장치와 소품이 없어도 괜찮다. 말이 빨라지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그들 자체가 코미디다. 상황이 그 지경에 이르면 싸움의 원인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2억 8천만 원짜리 그림을 놓고 벌어진 예술관의 차이가 발단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대신, 그들의 싸움 전개와 결말만이 궁금해진다. 그들이 같이 살아온 20년의 세월만큼이나 서로를 할퀼 수 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관객들은 잘 알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얼마나 더 싸울지 아니면 극적인 화해에 이를 것인지 관객들의 호기심이 쏠린다.

우정에 관한 오해와 기대

'우정'이라는 단어가 너무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와 관련된 사자성어, 속담, 명언은 정말 많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우정에 대해 고민하고 고뇌했다는 방증이다.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는 늘 관계와 관련된 책들이 즐비하다. 친구는 유난히 기대하는 바가 많은 관계다. 아무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줄 것 같다든지, 나를 다 이해해줄 것 같다든지, 언제라도 내 편이 돼줄 것 같다든지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 때 한번 쯤 생각해 봐야한다. 친구가 나에게 기대하는 바를, 내가 친구에게 기대하는 바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를. 얼마나 존재로 사랑하려고 애써 보았는가를. 이유 없이 갈등이 생기는 경우는 없다. 이 지점에서 연극 '아트'는 소재가 지니는 공감의 힘이 발휘된다.

▲ ⓒNewstage
극 중 '수현'과 '규태'의 싸움이 극으로 치달았을 때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라'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이는 친구들이 서로에게 기대하고 있고 오해하고 있는 바를 제대로 함축한다. 그 둘 사이에서 '화'의 근원이 됐다가 '화해'의 분수령이 되는 '덕수'의 '내가 나인 것은 내가 나이기 때문이며...'라는 대사 역시 그냥 웃고 지나가는 말장난 개그가 아니다. 생각할수록 가슴을 친다. 먹을 만큼 먹은 나이의 세 중년이 지지부진한 싸움에서 던지는 대사들은 인간 기저에 있는 관계 본질의 갈망을 서서히 끄집어낸다. 자신만 이해받길 바라는 것은 우리의 본능일지 모른다. 서로의 이해를 갈망했기 때문에 싸울 수밖에 없었고 결국은 화해로 달려가는 20년 지기 아저씨들의 싸움은 자연스럽다.

연극 '아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기의 속마음을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시간 구성 외에는 전부 그들의 싸움뿐이다. 극 중 장소 변화가 있을 때도 소품과 무대에는 변화가 없다. 세 명의 배우가 단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계속해서 싸운다. 관객들은 오로지 그들이 싸우는 말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관객들에게 배우들의 대사와 웃음 포인트는 정말 중요하다. 연극 '아트'는 배우들의 대사와 웃음 포인트를 관객들과 조화를 이루게 하며 작품의 의도를 명확히 전달한다. 함축된 대사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작품에서 단순한 구성과 허전한 볼거리는 최대 강점으로 작용했다.

이 작품은 배우들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요구한다. 세 사람에게만 오로지 집중하는 연극이기에 배우 한 사람이라도 극에서 흔들릴 경우 관객은 바로 불안해하고, 조금만 연기가 반복돼도 지루하다. 이번 공연은 OB팀과 YB팀으로 캐스트가 나눠져 전혀 다른 분위기의 연극 '아트'를 보여주고 있다. OB팀은 아저씨들의 본성과 농염함으로 극을 매끈하게 이어간다. 특히 현재 연극 '트루웨스트'의 연출을 맡고 있기도 한 배우 유연수의 '덕수'는 관객들을 신나게 좌지우지하며 지루할 틈을 없게 만든다. 극 중 '덕수'가 '수현'과 '규태' 사이뿐 아니라 무대와 관객 사이의 간극도 잘 메우는 것은 배우 유연수이기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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