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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피스트 곽정, "하프가 국민 악기가 되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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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피스트 곽정, "하프가 국민 악기가 되는 그 날까지"

[人 스테이지]

무대 위, 하프의 등장만으로 감탄사가 쏟아진다. 천사들만 연주할 것 같은 우아한 자태, 저 순수함과 아름다움이 관객들을 황홀경에 빠뜨린다. 동화 속 아기 천사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늘 하프를 켜고 있었다. 그래서 일까. 하프는 친근하면서도 낯설다. 하프는 현실 속에 있으면 안 될 것만 같다. 하프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하프의 소리나 하프를 연주하는 사람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피스트 곽정은 이러한 국내 상황이 아쉽고 속상하다. "제 꿈은 오직 하프의 대중화에요. 하피스트라는 말도 낯설어 하시고, 하프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시는 분들도 많죠. 아직 제가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가 낯선 말이 아니고,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모두가 아는 것처럼 하프가 국민악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 ⓒnewstage
국내에 소개된 지는 50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하프는 인류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악기중 하나다. 사이즈와 종류도 다양해 가장 작게는 50센티미터부터 큰 것은 장정 키만한 180센티미터 정도의 하프도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하프의 종류는 페달의 유무에 따라 페달하프(pedal harp)와 논-페달(non-pedal harp)로 나뉜다. 하프에서 폐달은 피아노의 검은 건반처럼 반음을 올리거나 내릴 때 혹은 조표가 바뀔 때 사용되기 때문에 피아노의 폐달보다 훨씬 자주 이용된다. (하프의 줄은 피아노의 흰 건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하프를 켜는 모습을 실제로 본다면, 우아한 손의 자태와는 달리 폐달때문에 빠르게 움직이는 발은 백조를 연상시킨다.

하피스트 곽정은 아시아 최초로 클래식 하프와 전자 하프를 연주하는 최초의 연주자다. "하프는 클래식 하프와 전자 하프로도 나뉘어요. 전자 하프는 클래식 하프와 하프의 모양이나 연주 방법 등에서 차이를 보이지는 않지만 시스템이 장착돼 소리를 확대시킬 수 있고, 기타처럼 소리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어 소리의 변형이 가능한 장점을 갖죠." 클래식 연주자가 다른 것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 여겨지고 있는 음악계에서 그녀의 선택은 놀랍고 의문스럽다.

하지만 전자 하프에대한 그녀의 대답은 단호하고 또 단단했다. "제 스승이자 하프계의 전설로 불리시는 하피스트 수잔 맥도널드 선생님께서도 클래식 연주 외에는 절대 못하게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누구보다 클래식 하프를 깊이 있게 공부했죠. 여전히 클래식 음악에 기반을 두고 있는 연주자고요. 그럼에도 제가 전자 하프를 선택하게 됐던 것은 하프의 대중화를 위해서에요. 대중에게 클래식 음악보다 전자 음악이 익숙한 시대잖아요. 그래서 전자 하프를 선택하게 됐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전자 하프를 통해 하프의 매력에 빠지셨으면 좋겠어요. 전자 하프 때문에 하프 음악을 알게 돼 클래식 하프까지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보람을 느끼거든요" 그녀는 전자 하피스트로 활동 할 때는 '하피스트 K' 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대중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간다. 클래식 공연과 다르게 좀 더 귀에 익은 음악이나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로 하프 대중화에 앞장서겠다는 그녀의 결심이 단적으로 보이는 예이다.

▲ ⓒnewstage
그녀가 그토록 하프의 대중화에 목말라 있는 것은 국내에 널리 퍼져있는 '하프'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 때문이다. 하프가 집 한 채 만큼의 가격이라거나, 악기만 있으면 명문대 들어간다, 굉장히 어려운 악기다 등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루머들. 이러한 루머들이 하프에 대한 인식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져 하피스트 곽정은 안타깝기만 하다. "하프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고 악기의 가격대도 다양해요. 손을 사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발을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는 두뇌 발달을 촉진시켜주고, 노인들에게는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까지 있어요. 이렇게 좋은 악기를 저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나요?"

그녀가 말 한대로 하프의 매력은 참 다양하다. 수려하고 화려한 외향. 만지기만 해도 궁전이나 동화 속 주인공이 된 착각이 들 정도에 아름다움. 품에 안고 연주하기 때문에 느껴지는 악기와의 교감. 이 모든 것이 하프만이 가질 수 있는 생명력이다. 하피스트 곽정은 "악기의 울림이 마치 내 마음 속 감정이 그대로 전달돼 울리는 듯 묘한 기분을 받아요"라면서도, 가장 큰 하프의 매력은 "초보자도 완전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라고 꼽았다.

"사실 하프는 초보자가 더 아름다운 소리를 내요. 그 이유는 말랑말랑한 손가락 피부에 있어요. 저희 같은 연주자들은 손에 굳은살이 있어서 최상의 소리를 내기 위해 실제로 손을 부드럽게 해줘야해요. 그런데 초보자들은 굳은살이 없기 때문에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죠. 하프는 그 정도로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악기에요. 아주 어린아이들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누구나 재밌게 배울 수 있어요. 절대 어려운 악기가 아니에요."

▲ ⓒnewstage
하프 연주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 이미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광고나 영화 속에서도 배경음악으로 자주 등장한다. 시중에는 하프관련 음반들도 다양하게 출시돼있다. 그녀도 최근 그녀가 가장 아끼는 음악을 모아 베스트 음반을 발매했다. 그런 그녀는 "베스트음반이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웃으며 한 해의 목표를 밝혔다. 

"올 한해도 열심히 준비해서 여러 연주를 통해 관객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싶어요. 하프를 배우고 싶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연락주시면 도와 드릴게요. '하피스쿨'이라는 일반인들을 위한 하프교실도 있어요. 조금의 관심만 있으시다면 생각보다 쉽게 하프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거에요."

끝까지 하프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는 그녀덕분에 웃음이 났다. 그 웃음에는 하프에 관심갖지 못했던 그동안의 미안함과 하피스트 곽정으로 인해 조금 더 앞당겨질 하프의 대중화에 대한 희망이 섞여 있었다. 그녀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달됐다면 지금 당장 하프 연주 한 번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도 금세 그 매력에 빠져 들게 될 것이라 장담한다.

(* 이 글은 월간 삼호뮤직 2월 호에 실린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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