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정직'을 가르쳐야 할 초등학교 교장이 지속적으로 금품을 갈취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절차를 어겨 가며 특정업체에서 학교 자재를 구매한 교장들도 적발됐다.
감사원이 27일 발표한 '교육예산 집행 관련 비리점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 교장 A씨는 2008년 3월 부임한 교감 B씨에게 "승진 점수를 잘 주겠다"는 명목으로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했다.
이 교장은 교감에게 "내가 성북지역교육청에 장학사로 있을 때 명절인사를 안 했더니 교육장이 업무나 회식자리에서 배제해 무척 힘들었다"며 "대학원 다니는 돈 3000~4000만 원을 나에게 주면 승진 점수를 잘 줘 교장 되게 해주겠다"고 말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교감에게 금품을 요구했다.
또한 그해 여름 유럽 여행을 가게 된 교장이 "교감 선생님, 제가 유럽에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걱정입니다"라고 말하는 등 여행비용에 대해 반복적으로 이야기했다. 결국 교감이 300만 원을 건네자 "왜 300만 원이에요? 500만 원이지!"라고 큰소리로 호통치면서 200만 원을 추가로 요구했다고 한다. 교감은 며칠 후 200만 원을 추가로 건넸다.
그 해 9월엔 교장이 "제일 친한 형님이 서울특별시교육청 인사과에 왔는데 인사를 가려고 한다. 이럴 때는 인사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며 금품을 요구했다. 처음에 교감이 40만 원을 건네자 교장은 "당신은 인사할 줄도 모릅니까? 누가 짝수로 인사를 합니까"라면서 돌려줬고, 교감은 다시 홀수로 맞춰서 70만 원을 건넸다.
이후 교장은 "요긴하게 잘 썼습니다. 그런데 조금 부족했습니다"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교감으로부터 30만 원을 추가로 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이런 식으로 교장은 총 600만 원의 금품을 수수했다.
이 밖에도 이 교장은 학교 규정상 교감이 주재하게 돼 있는 기자재선정 위원회를 교장실에서 열고 용산구의 교육경비보조금과 서울시교육청의 교육환경개선사업 예산 3억5000여만 원으로 특정업체의 전자칠판과 공기살균기 제품 등을 구매했다. 이런 사실들이 적발돼 감사원은 교육과학기술부에 A씨의 해임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또 특정 업체 공기살균기를 구매하고 200만 원의 대가를 받은 모 초등학교 교장 C씨에 대해서도 교육부에 정직을 요구했다. 또다른 초‧중학교 교장 3명과 행정실장 등도 공기살균기 업체로부터 적게는 50~60만 원, 많게는 100만 원을 받아 감사원은 교육과학기술부에 이를 통보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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