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정작 국내 최고 도서관이라 불리는 국회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은 청소년들의 이용을 제한(각각 18세 미만, 16세 미만)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은 국회의 입법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고는 하지만, 방대한 장서로 인해 많은 연구자들과 일반인들이 이용하고 있고 도서관에서도 이용 편의를 위해 야간 개방과 음악회 등 각종 행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청소년들에게는 문호가 좁다는 지적이다. 청소년의 시각에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기고를 소개한다.<편집자>
국회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과 더불어 국내에 두 곳뿐인 국립도서관이자 우리나라에서 출간되는 모든 도서가 모이는 '납본도서관'인 만큼, 많은 양의 책과 자료가 있다. 하지만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는 이 도서관이 딱 한 계층에게만 금지되어 있다. 바로 18세 미만의 청소년이다. 국회도서관에 청소년이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국회도서관이 뭐하는 곳인지 구경 가는 단체관람이나, 국회도서관의 방대한 책들을 옮기고 정리하는 (읽지는 못하는) 봉사활동 두 가지이다. (국립중앙도서관 역시 16세를 기준으로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국회도서관법이나 도서관법 어디를 찾아봐도 청소년의 이용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근거는 없다. 아예 이용제한에 대한 내용 자체가 없다. 하지만 국회도서관은 자체 규정을 가지고서 입법전문자료 등을 청소년이 이용하기에 부적절하고, 어려운 자료들이 많다는 이유로 자의적으로 청소년의 출입과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 국회도서관 홈페이지 이용안내 화면. |
▲ 국립중앙도서관 이용안내 화면. |
국회도서관을 이용하기에 적절한지 부적절한지는 어른이든 청소년이든 간에 국회도서관에서 판단해줄 문제가 아니다. 마음대로 어떤 집단, 어떤 계층이 국회도서관을 이용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단정 짓고 이용을 금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어떤 도서들이 어떤 사람의 지적 수준에 비해 어렵다는 것은, 그 사람이 그 책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원인이 될 수는 있어도, 당연히 그 책들을 보는 것을 금지당하는 이유는 될 수 없다. 백 보 물러나서 청소년들 중 누군가가 국회도서관에 있는 자료를 이용하기에 부적절한 어떤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청소년 모두를 이용금지 시킬 명분은 되지 않는다. 애초에 국회도서관에 있는 약 400만 점의 책과 자료가 모두 청소년이 이용하기에 부적절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청소년들의 국회도서관 이용을 가로막는 또 다른 이유는 청소년들이 소란을 일으켜 국회의원들의 입법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이 도서관에서 떠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걸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전혀 근거 없는 편견이다. 몇몇 청소년들이 떠들 가능성이 전혀 없지야 않겠지만, 그 때문에 모든 청소년을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나이와 무관하게 소란스럽게 해서 도서관 이용에 지장을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퇴실 조치를 하면 된다.
ⓒ국회 |
청소년들에게는 알고 공부할 권리가 있다. 버나드 쇼는 "미국의 백인은 요컨대 흑인을 구두닦이 계급으로 고정시키면서 흑인은 구두닦이 외엔 적합하지 못하다고 결론짓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어른들은 청소년에게 미성숙의 굴레를 씌우고 미성숙한 채로 고정시키면서, 청소년은 국회도서관이용에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짓고 있다. 더 이상 청소년에게 미성숙의 굴레를 뒤집어씌우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그런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버리고 청소년을 하나의 동등한 인간으로 받아들일 때이다.
※편집자 주: 국회도서관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18세 미만이 이용할 수 없게 한 것은 (그 나이때가) 볼 만한 책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열람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신청 후 열람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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