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장교, 프로야구 선수까지…위험천만 폭주족 레이스

시속 200km로 달려 승패 가리는 '드래그 레이스' 등 벌여

기타리스트 이모(28) 씨는 지난 2009년 8월부터 1년 동안 고갯길 등 경사지에서 내리막길로 고속 주행하며 스릴을 느끼는 방식의 레이스인 '와인딩(Winding Race) 레이스'를 즐겼다. '광란의 질주'로 1년간 무려 69회나 경찰 채증 카메라에 촬영됐으며, 레이싱을 캠코더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그가 즐겨 찾는 장소는 경사지고 굽은 구간이 많은 남산 소월길이었다. 이 씨는 제한 최고 속도가 시속 60km에 불과한 이곳을 시속 140km가 넘는 속도로 달렸다.

의사협회 직원인 박모(26) 씨는 작년 10월 인천 북항에서 차량 두 대가 400m 직선 도로를 최대속도로 질주해 먼저 들어오는 쪽이 이기는 '드래그(drag) 레이스'를 벌이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동승한 여자친구 조모(18) 양은 허리뼈 골절 등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현직 프로야구 선수, 프로골퍼, 카레이서, 의사, 서울대학교 강사, 군 장교 주부, 고등학교 2학년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한밤중에 모여 서울 도심 등에서 광란의 질주를 하다 적발됐다. 이들은 2008년부터 작년 말까지 서울 북악 스카이웨이와 남산 소월길, 인천 북항, 오이도, 경기 성남 갈마산 등에서 710차례에 걸쳐 불법 경주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과는 24일 일반 도로에서 불법 자동차 경주를 벌인 혐의(도로교통법의 공동위험행위 등)로 폭주족 146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여자친구에게 중상을 입힌 박 모씨 등 2명에겐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44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현대 투스카니와 제네시스 쿠페 등 국산 스포츠카는 물론 BMW 335i, 페라리 360, 포르쉐 911 카레라 S, 닛산 GT-R 등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경주에 나섰다. 일부는 배기량 1400cc짜리 국산 소형차를 튜닝해 속도를 높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비싸고 성능 좋은 자동차에 대한 자부심과 과시욕, 고속 질주의 짜릿함이 커 폭주를 일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 폭주족의 운전면허를 모두 취소하고 2년 동안 다시 취득하지 못하게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