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기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현재 살처분됐거나 살처분 예정인 경기북부지역 돼지는 총 63만7575마리(444개 농가)다. 이는 경기북부 전체 돼지 사육두수(69만3773마리)의 91.9%에 이르는 규모다. 경기북부는 국내 최대의 양돈 밀집 지역으로, 이 지역에서 살처분 된 돼지는 전국 살처분 돼지(216만여 마리) 수의 3분의 1에 달한다.
▲ 지난 6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 상패동에서 방역 당국이 돼지를 살처분하고 있다. 살처분 가축 수가 늘어나면서 돼지는 제대로 된 안락사 약도 맞지 못하고 생매장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연합뉴스 |
소의 경우 4마리 중 1마리 꼴로 살처분돼 돼지보단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역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경기북부지역 소의 전체 사육두수는 15만2265마리로, 전체의 25.9%(3만9400마리)가 매몰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북부에서만 구제역 의심신고가 하루 10건 가까이 들어와 살처분 가축 수가 하루 평균 1만 마리 안팎으로 늘어나고 있다. 살처분 가축 수가 전국적으로 200만 마리를 넘어서면서 농림수산식품부는 최근 매몰 가축 수를 줄이는 쪽으로 정책을 틀었지만, 구제역 바이러스의 빠른 전파로 이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구제역 폭탄'을 맞은 경기북부 축산 농가들 사이에선 다시 양돈업으로 재기하기에 최소 2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포천시 양돈협회 안성길 회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모돈을 넣더라도 새끼를 낳아 출하하기까지는 최소 18개월이 걸린다"면서 "구제역 종식 이후 시험사육 등 각종 절차에 걸리는 시간까지 합하면 최소 2년 이상은 걸릴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연천시 양돈협회 이준길 회장도 "빨라야 2년"이라며 "살처분 보상금은 이미 빚을 갚거나 축사를 수리하는데 많이 써 농가들의 운영자금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환경단체 "죄 없는 동물을 더 이상 죽이지 마라"
한편, 가축 살처분 두수가 하루 10만 마리 꼴로 늘어나는 등 구제역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환경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방역 당국의 살처분 중단을 촉구했다.
녹색연합을 비롯한 전국 37개 환경단체는 이날 구제역 사태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정부가 애꿎은 가축들만 죽이고 적절한 방역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 논리에 따른 예방적 살처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친환경 축산 시스템 도입 △동물 생매장으로 인한 수질·토양 오염조사 및 장기적 관리 대책 마련 △인도적 방식의 가축 살처분 △축산 농가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 및 농가 재건 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살처분 가축 규모가 커지자 정부 역시 방역 대책을 광범위한 살처분에서 백신 접종으로 선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살처분을 '제로'에 가깝게 하겠다고 말한 것은 백신 정책으로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면서 "앞으로는 선제적으로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또 "구제역이 발생했는데 백신을 사용하지 않고 (살처분으로) 조기에 수습이 된다면 그것이 가장 좋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우리나라의 가축 사육 환경 상 백신 예방 접종을 중요 정책으로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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