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레이유 들륑슈(국립오페라단 제공) |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나 현실적 접촉이 불가능한 차가움의 상태에서 전화는 가장 친절하면서도 냉정한 수단이다. 그녀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전화기에 집착한다. 전화벨소리 역시 피아노로 연주된다. 가장 아름답고 잔인한 전화벨이다. 높은 곳에서 울리는 간단한 두 개의 이 음은 놀랍게도 극단적으로 어두운 죽음을 담고 있다. 우리는 전화기 저쪽,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그러나 느낀다. 목소리를 통해서만 존재를 확인하고 확인받을 수 있는 인간의 가엾음을 때로는 예기치 않은 혼선이 조롱한다. 소통은 쉽사리 이뤄지지 않는다.
끊기고 울리기를 반복하는 전화는 지금 이 순간 여인의 전부다. 고독의 힘은 강력하다. 절규하는 소프라노의 고음이 잠자던 밤을 가른다. 무의식적으로 신발 한 짝을 벗는 그녀의 불균형 상태가 지속된다. 그의 목소리로 자신을 감싸기 위해 전화선으로 자신의 목을 감는 여자는 섬뜩한 만큼 애처롭다. 마지막 내뱉은 그녀의 숨이 드디어 종착지를 찾은 피아노의 짧은 화음과 만나며 비극을 완성시킨다. 외로움에 고립된 한 여인의 다양한 감정은 소프라노 미레이유 들륑슈(Mireille Delunsch)와 연주자 앙투완 팔록(Antoine Palloc)으로 인해 완벽해졌다.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이소영)은 국내초연 예정작인 프랑스 작곡가 프란시스 풀랑(Francis Poulenc)의 오페라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 공연에 앞서, 일반인들에게 낯선 프랑스 오페라의 이해를 높이고자 4일 동안 '프랑스 오페라 워크샵'을 실시했다. 이후 14일, 프란시스 풀랑의 단막오페라 '목소리'를 선보였다. 40분간의 짧지만 강렬했던 이 체험은 오페라의 색채가 한없이 검은 만큼 관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소프라노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으니 양해 바란다'는 공연 전 안내멘트가 민망해질 정도로 미레이유 들륑슈는 노련했다. 그녀의 아픔이 오히려 주인공의 괴로움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보일만큼, 그녀는,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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