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이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친서민'에 이어 '공정사회'를 국정운영의 지표로 표방하고 나섰다. 뒤늦게나마 한국사회의 모순을 간파하고 교정하려고 나섰다는 점에서 많은 국민들이 속마음으로 갈채를 보냈을 듯싶다. 그런데 고위공직자로 발탁한 인사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쏟아지는 온갖 흠집을 보면 어디에서도 공정사회의 진정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재산 형성 과정을 뒤져보면 불투명성을 넘어 실정법 위반이 수두룩해 용인의 한도를 넘어선다. 군면제자라는 딱지를 붙였지만 뜯어보면 병역 의무를 요리저리 피해 다닌 군기피자이다.
대통령 인수위 간사 취임하자 억대 월급?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가 한 달에 1억원 넘게 씩 벌었다고 해서 나라가 소연하다. 정 후보자는 2007년 11월 23일 대검찰청 차장을 그만 두고 사흘 만인 11월 26일 법무법인 '바른'으로 옮겨 이듬해 6월 20일까지 근무했다. 2007년 11월 26일~12월 31일 한 달 조금 넘게 4600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그런데 2008년 1월 1일~6월 20일 급여와 상여금을 합쳐 모두 6억5343만 원을 받았다. 월급이 갑자기 1억1000여만 원으로 2.5배나 껑충 뛴 것이다. 정 내정자가 2007년 12월 26일 대통령 인수위원회 법무ㆍ행정분과 간사로 취임하면서부터이다. 권력이 발산하는 자력이 억대 월급을 연출했을 것이다.
억대 연봉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억대 월급이라는 말은 상상을 초월해 듣도 보도 못했다. 국세청의 '2010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근로자는 1429만4993명이다. 이 중에서 37.8%인 541만 명의 연급여가 1200만 원 이하이다. 월급여가 100만 원 이하라는 소리다. 또 연급여가 1000원 이하인 소득계층이 전체의 31.6%인 451만4000명이나 된다. 전체 노동자의 1/3 이상이 정씨가 한 달에 번 돈을 벌려면 무려 11년 이상 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늘과 땅 차이와 같은 극단적 양극화 현상이다. 근로소득자의 91.4%가 연봉 4500만 원 이하이다. 억대 월급이란 말 자체가 박탈감을 넘어 절망감-배신감을 느끼게 하는데 무슨 '공정사회'를 운위하는가?
문제는 정 씨 급여가 정당성을 가졌는지 하는 일이다. 정 씨가 대검찰청 차장에서 법무법인으로 직행할 시점에는 '전관예우'를 받았을 것이다. 판-검사로 재직했던 사람이 변호사로 개업해 사건을 맡으면 법원과 검찰이 유리하게 판결해주는 법조계의 관행적 특혜 말이다. 그래서 중견 봉급생활자가 1년에 벌까 말까하는 돈 4600만 원을 한 달에 받았을 것이다. 정 씨가 인수위 법무-행정분과 간사로 취임한 후 그야말로 억대 월급을 받았다. 인수위로 출근하느라 법무법인 일은 뒷전이었다는 데도 말이다. 정권실세로 부상할 가능성에 대한 보험성 투자의 성격이 짙다고 보아야 한다. 법조계를 뛰어넘어 국정전반에 미칠 영향력을 이용해 미래의 부당이득을 취득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실제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이란 정권의 핵심으로 중용됐다. 또 법무법인 '바른'은 이명박 정권 들어서 정권과 연관된 굵직굵직한 사건을 도맡으면서 급성장해왔다. 대표적 예로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임집행정지 신청사건,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 씨의 공천로비사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언론악법 날치기 처리에 대해 김형오 국회의장을 상대로 한 권한쟁의심판청구사건, 광화문 일대 상인들이 제기한 촛불시위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 등의 변론을 맡았다.
대통령 심복이 '독립성-중립성' 감사원장을 할 수 있나?
중대한 문제는 헌법상 독립기구인 감사원의 수장으로서의 그의 적임성이다. 감사원은 국가의 세입과 세출을 결산하고 국가와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를 검사하고 행정기관과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하기 위해 헌법에 의해 설치된 정부기관이다. 대통령 직속기관이기는 하나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적 지위를 갖은 합의제 감사기관이다. 검사결과를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하고 행정기관과 공무원의 비위를 감찰한다. 나아가서 공무원의 근무평정 또는 행정관리의 적부심사 분석에 관한 행정감찰까지도 포함하는 기능을 갖는다. 무엇보다도 다른 나라와 달리 회계감사와 직무감찰을 동시에 가졌다는 점에서 그 권한이 막강하다. 한마디로 공직사회의 모든 돈과 조직의 움직임을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는 감시기관이다.
그는 얼마 전까지 대통령의 심복인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인물이다. 이 점에서 그가 감사원의 중립성-독립성을 견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옳다.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시 국무총리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정치인에 대한 불법사찰이 이뤄졌다. 이 사건은 북한의 연평도 폭격으로 인해 휴화산처럼 잠복한 상태이지만 언제든지 재연할 휘발성이 강한 정치현안이다.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의 분수령이었던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 땅 논란과 BBK 주가조작 사건의 수사를 그가 대검찰청 차장으로서 지휘했고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다는 점도 정치적 부담으로 남아있다.
이명박 정권의 국정운영 방식은 일방적 밀어붙이기다. 인사청문회까지 보고 밀어붙였다가는 권력누수만 가속화시키는 오류를 범한다. 과거의 병역기피나 부동산 투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억대 월급에 대해 절망감을 느낀 월급쟁이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자진사퇴만이 억대 월급에 대한 거부감이 반정권 정서와의 상승작용을 차단하는 길이나 정권의 속성이 그 같은 판단을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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