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장학사가 학교를 방문한다며 교실 바닥에 왁스칠을 하고, 창문을 열심히 닦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학교의 장학 제도가 바뀌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2학기 담임장학을 폐지하고 '컨설팅 장학'을 도입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그간의 장학 제도에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성북교육지원청이 교사 1714명, 교장‧교감 88명 등 1802명을 설문조사해 7일 공개한 '학교지원 중심 초등 장학활동 개선 연구'에 따르면 담임 장학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느끼는 비율은 80%에 육박했다.
교사들은 △평가받는 느낌 △업무의 증가 △사전 준비에 대한 부담 등을 이유로 꼽았다. 당초 '담임장학' 제도는 장학사가 담당학교를 정해 교육활동 전반을 모니터링 하며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지도‧지원을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장학사에게 잘보여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이런 취지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겠다며 '컨설팅 장학'을 도입했다. 교사나 학교가 요청하면 장학요원이나 수석교사, 해당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컨설팅팀이 학교를 방문하거나 이메일, 전화로 교수‧학습 등 현안을 자문하고 지원해주는 활동이다. 장학사의 '방문'이 아니라 학교가 '부른다'는 점에서 권위적 성격이 줄어든 것이다.
담임장학 제도를 없애는 것은 서울시교육청뿐만 아니다. 경기, 대전, 충남, 부산 교육청도 지난해 1,2학기를 전후해 담임장학을 없앴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여전히 엇갈린다. 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7%가 '컨설팅 장학이 교육 활동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답했지만 △일회성 연수로 끝나는 문제(43%) △교원별 맞춤식 연수가 되지 못하는 문제(23%) 등은 여전한 문제로 지적됐다.
게다가 학교에는 장학 활동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 53%가 '장학활동은 교육활동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대답했고 '효과가 있다'며 긍정적인 대답을 한 이들 중에서는 교장(81.8%), 교감(70%), 부장교사(49.9%), 교사(44.5%) 순으로 나타나 학교내 지위에 따른 뚜렷한 격차가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서는 "현행 장학이 교사가 하는 수업 위주의 장학이 아니라 교장, 교감의 행정에 대한 장학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장학 수혜 대상이 교사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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