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보도 채널' 선정 이후 '홍보 기사' 줄줄
<연합뉴스>는 보도채널로 선정된 이후 연일 "아시아 대표 뉴스채널 만들자", "세계는 뉴스채널 설립 열풍", "통신사는 정보전 첨병" 등 이른바 '정보주권 지켜라' 시리즈 기사를 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논란이 되고 있는 을지병원의 연합뉴스TV 투자 문제에 반박하는 "을지병원 연합뉴스TV 투자 '문제 없어'" 등의 기사를 냈다.
한 누리꾼은 이 기사에 "오늘 국내외 가장 관심있는 뉴스가 을지병원 투자가 문제 없다는 것이냐"며 "이제 그만 내리고 정말 가장 큰 이슈를 톱 기사로 올려라. 어느 정도라야지 이해가 가지 않겠느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사는 <연합뉴스>가 보도채널 획득 문제에 얼마나 신경을 쏟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보도채널 선정을 위해서는 국가기간통신사로서의 기본 책무도 방기하는 <연합뉴스>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 6일 <연합뉴스> 홈페이지. "아시아 대표 뉴스채널 만들자" 기사가 톱에 올라있다. ⓒ연합뉴스 |
비영리 의료법인의 투자, 괜찮다?…앞으로 '의료' 보도는?
연합뉴스TV 선정 직후 논란이 되는 것은 연합뉴스TV의 2대 주주인 을지재단(14.87%)이다. 을지재단은 을지학원(9.9%)과 을지병원(4.95%)으로 나눠 출자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법인의 영리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영리 법인인 을지병원이 지분 투자를 할 수 있느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4일 '언론 4대강, 종편을 규탄한다' 토론회에서 "의료법 상 부대 사업은 엄격한 열거주의로 장례식장, 주차장 등으로 한정하고 있는만큼 이를 초과하는 거래 행위는 허가하지 말아야 한다"며 "특히 방송에 병원이 직간접 영향을 주게 되면 당연히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를 왜곡시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는 "이미 법적 판단을 구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방청한 연합뉴스 경영기획실 미디어전략팀에 있다는 김종수 기자는 "법적 검토를 받았으나 을지병원의 투자가 제한된다고 볼 만한 규정이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의료법 문항은 할 수 있는 업무를 한정한 것이지 다른 업무를 하면 안된다고 규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사옥ⓒ뉴시스 |
이 논란을 판단해야 할 정부기관은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보건복지부가 판단할 문제"라고 책임을 넘겼고 보건복지부는 "위법성 여부 법률 검토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5일에는 "을지병원이 연합뉴스TV에 출자하며 사업목적을 정해놓은 정관도 어겼다"는 YTN 보도도 나왔다.
법리적 논쟁과 별개로 만약 을지병원이 참여한 채로 연합뉴스TV가 출범한다면 주주 구성이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의 보도에 미칠 영향도 따져봐야할 요소 중 하나다.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사실상 <연합뉴스>는 의료 광고, 전문의약품 광고 허용 문제에서 이미 입장을 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과연 중립적 입장에서 제대로된 공론의 장을 펼칠 수 있을 것인가에 엄청난 회의가 든다"고 꼬집었다.
"이미 YTN 운영하다 실패한 전력도"
을지병원의 투자 문제와는 별개로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가 보도전문채널에 선정된 것이 과연 적절하느냐 역시 따져봐야 할 문제다. 연합뉴스는 국가기간통신사 자격으로 한해 350억 원에 이르는 정부보조금을 받는다. <연합뉴스>는 '정보주권' 시리즈로 쏟아내는 기사에서 '보도전문채널' 선정이 통신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연합뉴스>가 보도전문채널을 갖게 된 데 대해 여러 문제제기가 이어진다. 특히 <연합뉴스>가 그간 보여왔던 '친정부적 성향과 관련해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보도전문채널을 주는 것은 또하나의 '관영 채널'을 만드는 셈"이라며 "이미 공영방송 채널인 KBS가 있고 사기업이긴 하지만 공적 성격인 강한 YTN도 있는데 과연 또하나의 관영 채널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제까지 <연합뉴스>의 보도에도 수없이 문제가 제기됐지만 정부보조금을 받는 연합뉴스가 TV 방송을 하면 KBS나 YTN보다 훨씬 더 정부에 가까운 방송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보도채널이 여러 개 있는 데 또 하나를 출범시킨다는 것은 세금 낭비"라고 비판했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이미 보도전문채널을 운영하다 실패했던 연합뉴스의 전력이다. 이미 연합뉴스는 1995년 대주주로 YTN을 출범시킨 후 외환위기 때 1300억 원의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매각했다. YTN이라는 회사명 역시 '연합(Yonhap) 텔레비전(Television) 뉴스(News)'의 약칭에서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비꼰 대로 두개의 '연합TV'가 생기는 셈.
김승수 전북대 신방과 교수는 "이미 국민에게 의탁해서 먹고 살고 있는데 돈을 또 들여서 불요불급한 사업에 손을 대는 것 아니냐"며 "YTN 경영에 실패한 것처럼 성공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봤다.
김승수 교수는 "이미 YTN, MBN, 한국경제 등 채널도 많은 것처럼 보도전문채널은 시장성도 희박한 상황"이라며 "필연적으로 본사 경쟁력도 약화될 것이라고 본다. 사기업이면 몰라도 국가의 보조금을 받는 연합뉴스가 경영이 어렵게 되면 또 어디다 손을 벌릴 것인가. 염치가 없다고밖에 할 수 없다. 차라리 연합뉴스 콘텐츠에 투자해서 심층 콘텐츠를 만드는 게 더 시급하지 않은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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