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루시다운' 루시, 배우 김선영의 '배우다움'
▲ ⓒOD뮤지컬컴퍼니 제공 |
"제가 가장 고령의 루시예요(웃음). 뭐 그런 것도 있지만 루시로 가장 아름다울 때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함께 무대에 선 배우들 모두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분들이세요. 사랑하는 선배, 동료, 후배들이죠. 처음에는 그들과 함께, 재밌게, 또 아름답게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는데 막상 연습에 들어가고 무대에 올라가니 또 다른 설렘이 찾아오더라고요." 아직도 첫 만남의 두근거림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것, 바로 배우 김선영의 '배우다움'이다.
김선영은 처음 루시로 무대에 섰을 때를 기억하고 있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당시 그녀는 '루시를 연기하기에 급급'했다. 지킬박사에게 사랑을 느끼나 실패하고 마는 가엾은 여자로만 바라봤다. 그러나 루시로 무대에 서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배우 김선영은 루시의 진정한 변화가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지킬박사는 어떤 매개체라 할 수 있어요. 물론 루시는 그를 통해 사랑을 발견하죠. 사랑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키워요. 루시의 넘버를 잘 들어보면 지킬박사를 만나기 전과 후의 가사 속 단어가 달라져요. 차갑고 어두운 단어에서 밝고 따뜻한 단어로 바뀌죠. 루시 내면의 무언가가 변화하는 동시에 성숙해져요. 결국 사랑을 얻지는 못하지만 좌절하는 게 아니라 추억들을 간직하려고 하잖아요. 작품 속에서 그 누구보다 내면의 변화가 큰 인물이 바로 루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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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를 통해 배우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분명 여러 가지를 배웠다고 말하는 김선영. 그녀와 루시는 닮았다. "저 역시 힘든 일이 있을 때 주저앉지 않고 돌파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타입이에요. 무엇이든 마음먹기 나름이잖아요. 생각해보면 그런 역할을 많이 맡았던 것 같아요.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의 마리아, '맨오브라만차'의 알돈자 등도 누군가를 통해 전에 없던 빛,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죠."
- 그러니까 우리, 그냥 그녀를 사랑하자
"어느 순간에고 완벽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 안에서 늘 변하고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어요. 무대에 설 때마다 발견되는 것이 있죠." 때문에 김선영은 무대 뒤에서 늘 기도한다. 그녀가 같은 역할로 여러 번 무대에 서지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이유도 그것이다. "매번 똑같다 느끼고 늘 익숙하다면 즐겁게 무대에 서지 못해요. 지루하고 그만큼 감동이 없겠죠. 그건 관객이 알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배우가 무대 위에서 '이 노래는 이렇게 잘 불러야지'라는 표면적 화려함에 따른 의도적, 혹은 익숙함에서 비롯된 계산적 마인드로 연기한다면 아무리 노래를 잘 한다고 해도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을 거라 생각해요. 뮤지컬은 감정을 주고받는 장르이기 때문에 배우가 조금 더 자유롭고 진실 되게 무대에 섰을 때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배우 김선영이 루시를 통해 얻은 마지막 발견은 바로 자유로움이다. 온전히 루시가 됐을 때야 비로소 가능한 이 자유로움은 관객들로 하여금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루시의 또 다른 새로움을 만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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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방법을 잘 몰라 다치고 상처받으며 외로워할 후배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배우 김선영. 그녀의 이러한 자세는 비단 가르침의 위치에 머물지 않는다. 신앙에서 비롯된 그녀 안의 선善함은 나누는 삶을 추구한다. "저는 지금 여러 가지로 행복해요. 거창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이 마음을 유지해 2011년을 맞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한 주위의 모두에게 나누어주는 삶을 살기 원해요."
우리가 김선영의 루시를 만날 수 있는 건 지금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지킬앤하이드'가 마지막이다. 눈물이 많은 그녀는 이번 시즌의 첫 공연을 끝내고도 울었다. 어쩌면 매 번 울지도 모른다. 배우 김선영은 루시를, 언제나 고독하고 외로웠던 그녀를, 새 인생을 노래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던 한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마지막 공연에는 제가 어떻게 될지 저도 몰라요(웃음)." 사랑에서도 일에서도 늘 '프레쉬'하고 싶다는 배우 김선영, 우리가 예상하듯 그녀의 루시는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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