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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외로움에 대한 작은 단상, 연극 '기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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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외로움에 대한 작은 단상, 연극 '기타맨'

삶을 토로하며 위로를 건네는 작품

아무 것도 소유하지 못한 삶이란 불행한 것일까? 지독하게 고독한 삶일지라도 자유가 있다면 위로 된다. 시린 옆구리 한편을 따뜻하게 채워줄 통기타 한 대가 있다면 더욱 좋겠다. 비록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라도 하얀 입김을 감성으로 녹여낼 수 있다면, 삶은 불행하지 않다.

▲ ⓒNewstage

인구가 밀집한 도시의 삶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소름끼치도록 평화롭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매일 많은 사람들과 부딪히지만 외로울 수밖에 없는 외톨이 삶과 같다. 이것은 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서로에게 아무런 관심조차 없는 낙엽처럼 메마른 감성들은 군중속의 고독, 풍요 속 빈곤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권태롭게 살아간다. 권태로운 현대인들에게는 자극적이고 화려한 음악, 조명과 춤이 필요하다. 지하도에 서서 통기타나 튕기는 기타맨은 관심의 축에도 못 낀다. 그러나 기타맨은 단 한사람만의 호응과 관심이라도 얻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혼자이기에 겪는 공허로움을 즐길 수 있을 것만 같다.

▲ ⓒNewstage
연극 '기타맨'은 힘든 삶이 지겹고 괴로운 한 남자의 지독한 외로움을 그려낸다. 남성모노로그 일인극으로 남자의 쓸쓸함은 관객들에게까지 치명적으로 전달된다. 난로 하나만이 반기는 썰렁한 집에서 그는 기타를 안고 노래를 부르며 지하도에서 지나쳤던 사람들을 관객들에게 이야기 한다. 그의 말처럼 대중가사 속에는 진실이 없다. 유행가 가사는 아니지만 삶에 대한 철학과 깊은 진심이 담긴 가사를 읊으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기타맨은 그들을 위해 노래한다. 하지만 여유와 감동, 웃음조차 잃어버린 사람들의 모습은 진저리가 날 뿐이다.

이 작품은 추위 때문인지 외로움 때문인지 시린 어깨를 가엾게 움츠린 배우 방승구의 열연이 돋보인다. 실제 기타맨의 삶을 체험하며 캐릭터에 대한 열정을 보인 그는 기타맨 그 자체다. 자신의 비참함을 노래로 승화시키는 기타맨은 프로다운 실력은 아니지만 감정이 들끓는 애절한 연주를 펼친다. 자신의 분노를 억압하지 못하고 표출할 때에는 가슴이 먹먹해 질만큼 강렬한 여운을 준다.

현대 연극계의 각광받는 극작가 욘포세의 작인 연극 '기타맨'은 탄탄한 내용과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진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작품은 모노극이라는 장치로 인해 한 인간의 내면은 자신이란 존재와 대립할 때 오히려 더 변화무쌍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출 박정희는 기타맨이 토해내는 독백과 노래가 우리의 추운 모습에 위로의 말을 건네길 바랐다. 관객들은 그 뜻대로 기타맨의 진정성 있는 노래와 쓸쓸한 위로에 마음을 녹인다.

▲ ⓒNewstage
그러나 기타맨은 결국 우리의 곁을 떠난다. 기타의 현을 하나하나 끊어 버리고 방랑자의 길로 떠나는 그의 뒷모습은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서글프다. 나의 외로움을 감싸줄 나만의 음유시인이 떠난 그 자리는 나의 삶보다 처절하고 휑하다.

무엇 하나 특별할 것도 없고 위대한 사람도 아닌 기타맨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고찰하게 해준다. 욘포세가 제시하는 모노톤의 문장들과 툭툭 절단된 문장들, 소리와 소리 사이에 반복되는 침묵들은 인생의 불확실성을 표현한 장치다. 침묵으로 제시된 비어있는 이미지 속에 관객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아무리 바쁘고 정신없는 삶을 살아도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갖는 것이 어떨까. 어느 날 다시 돌아온 기타맨이 그 자리에 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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