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단행된 SBS의 연말 정기 인사의 후폭풍이 거세다. 사 측이 기자·피디·아나운서 10여 명을 비제작부서인 홍보팀과 심의팀으로 발령내자 노조 측은 일방적인 인사 발령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30일 성명을 내고 "단체협약을 위반한 인사발령을 즉각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단협에는 '사외파견 또는 전직의 경우 당사자 및 조합과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인사가 일방적 통보로 이뤄졌기 때문에 명백한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반발한 2명의 조합원이 사표를 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수리했다"며 "사실상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아나운서 2명은 사표를 냈고 바로 수리됐다.
인사를 둘러싼 노사 갈등의 배경에는 올해 SBS의 적자 책임 공방이 깔려 있다. 흑자를 낸 KBS, MBC와는 달리 SBS는 적자가 불가피하다. 동계 올림픽, 월드컵 단독 중계 등으로 이익을 봤을 것이란 외부 시선과는 다르게 SBS는 9월 집계로 약 23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적자 경영에 대해) 경영진 중에 책임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애꿎은 사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 심기를 건드리거나, 대주주 입맛에 어긋나는 프로그램을 만든 이들이 책임을 뒤집어썼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언론노조 SBS 본부 안정식 공정방송실천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대규모로 발령을 한 걸 보면 맘에 안 드는 사람은 직급을 바꾸겠다는 경고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해당 일을 하고 싶다고 기자나 피디 등이 됐는데 그런 일을 하지 말라고 하는 건 황당한 일이고, 이런 일이 악용되면 더욱 회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SBS 노조는 "전문성이 필요한 기자, 피디, 아나운서 등 현업 인력을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타부서로 전출시키는 것은 사측의 횡포이자 조합원들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라며 "경영실패의 책임은 도외시한 채 조합원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적반하장식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사 측은 이번 인사가 내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충분한 협의를 거쳐 이뤄졌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 측은 노조 측의 반발을 일축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노조 측에서는 공식 문제제기할 방침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안정식 위원장은 31일 "오늘 열리는 노사협의회에서 사장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재발 방지를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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